북한의 핵 딜레마와 한국, 그리고 미국과 세계(2018. 3. 10) N
No.1344442
핵은 ‘종이호랑이’라는 표현이 있다. 마오쩌둥이 미국은 결코 핵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미국을 조롱하면서 쓴 용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1964년 핵실험을 함으로써 핵 보유국이 되었다. 핵을 만든 명분은 결코 선제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방어를 위한 핵보유라고 천명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실전에서 핵이 사용된 적이 없다.
북한을 두고 볼 때 핵이 내부적으로 북한의 체제유지에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대외적으로 행동반경을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남 핵공갈로 안보위기를 극복하고 미국의 관심을 유도하는데 성공하였으며 주변국 견제를 달성하였다고 하더라도 국제사회에서 이미지 저하에 따른 신용의 상실과 무역과 외화획득 장애가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절제하지 않고 계속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갈수록 강력한 안보리제재와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불러왔다. 그리고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정권과 체제 붕괴를 각오해야 한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지금 김정은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급격하게 대화 모드로 돌아서는 것은 북한핵이 가진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러나 한편으로 예측 불가능한 그리고 북한의 상황상 판문점 회담 전 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전 북한 정정의 급격한 변화에도 사전 대비를 해놓고 있어야 한다. 내부의 강경파들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미 간의 플레이로 중국과 일본은 속된 말로 뻘쭘해져 있고, '습황제'의 심기는 불편하다. 개인적으로는 문대통령이 트럼프와 통화 후 시진핑과 푸틴과도 통화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지금이라도 양 정상과 정상회담 합의에 대한 일반적인 통화를 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권력 유지와 체제 안정을 위해 개발한 핵이 오히려 북한의 오늘과 같은 어려운 상황을 초래했다면 이것은 명백하게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제재를 통한 압박때문에 북한 주민의 경제적 곤란으로 도리어 체제 안정과 정권 유지에 실패한다면 김정은이야 말로 나가도 너무 나가버린 결과 그 책임을 져야 하는 형세에 처한 것이다. 북한이 붕괴된다면 미국과 중국이 핵 통제를 이유로 군사력 투입을 현실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하는 상황은 북한에게 큰 마이너스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끝까지 한국을 인질로 잡으려는 전략을 고수할 것이다.
이번 국면은 한국이 라스베가스 도박장 경영인이 되고 관리비를 받는(속된 말로 개평을 뜯는) 모양이 된 것이긴 하나,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과 통화한 것은 한국의 주문대로만 가지 않겠다는 이른바 '강대국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사인이기도 하다. 북미 회담에서 김정은은 체제존속과 권력유지를 보장받으려 할 것이다. 관성적인 관점이기는 하나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 리비아의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리비아의 경우 핵을 포기한 이후 가다피 정권이 붕괴되었으며, 우크라이나의 경우 구소련 해체 이후 지역의 핵무기를 포기한 결과 러시아의 침공으로 크리미아를 러시아에 넘겨주었다는 사실이 북한에게 반면교사로 작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상회담 준비와 함께 한국은 그리고 전 세계는 북한과 북한핵에 대해 창조적인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세계(사)적 사건의 전개를 위한 막은 올랐다. 관객으로서 즐기기만 하기에는 여전히 상황이 엄중하다. 문대통령을 비롯한 외교안보통일 팀의 건투를 빈다.
추신;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한국 속담대로 아베한테도 전화 한 통화 해주면 엄청 황송해 하면서 받을 것 같다는 생각. 속으로 딴 생각하면서.
추추신; 아베는 급히 미국으로 가서 여전히 미국의 1중대임을 확인해 달라고 '골프회동'까지 했으나 소득은 별무인 것 같다. 겨우 얻은 것은 트럼프의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언급 확약 정도이다. 고노 외상을 한국에 보내 분위기 파악과 함께 일본의 주문을 전달했으나 북핵 문제에 관한 한 일본의 발언권은 그렇게 크지 않아 초조해 하고 있다. 지금의 형세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별로 할 일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담 이후 시진핑이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것 보니 중국도 초조하기는 하다. 신중국 성립 이후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평양에 온 적이 있었던가. 러시아의 침묵은 그렇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문대통령은 러시아에게 일본보다는 약간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전개상황을 알려주고 의견을 구하는 모션을 취하는 것이 손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4. 20)
사실 미국으로서는 밑져야 본전인 게임이다.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을 때에 행사할 수 있는 옵션이 크기 때문이다. 코피작전을 전개해도 되고 저 놈을 더욱 쳐라고 할 수도 있고. 오로지 칼자루는 미국이 쥔 형세이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는 큰소리를 계속 치고 있다. 한국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성과가 없다면 재빨리 미국의 입장에 편승하고 긴장모드로 돌입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야당- 특히 한국당과 바미당-의 총공세가 예상된다. 그렇더라도 이런 방안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데 한국의 입장은 제한적이다. 회담의 성공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된다면 자한당의 존재는 미미해질 것이다. 재빨리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미래는 더욱 암담해질 수 있다. 모두에게 위기이다.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기도 하고 기회이기도 하다. 분단 73년, 휴전 65년의 체제를 넘어서는 세계사적인 장면의 전개를 기대한다. 문자 그대로 '디테일의 악마'를 극복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