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를 결정한 작금의 세계 정세(2016. 8) N
No.1344444사드 배치를 결정한 작금의 세계 정세
해양세력의 상대적 쇠퇴는 장기적으로 대륙세력과의 한판 승부를 의도하는 듯이 보이고 일본은 해양세력의 전위로 행동하면서 동북아에서 국가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륙세력은 연합하고 있고 반도는 불안하다. 해양세력은 중국을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의 독일로 보고 그 힘이 더 커지기 전에 꺾으려 한다. 그리고 해양세력은 해양력의 우세를 믿고 대륙을 포위하여 가두려 하며 육해공 각 지역에서의 결전지역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유리한 지역이 어디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고려하고 있는 곳이 지상전은 한반도, 해전은 남지나해와 동지나해, 공군의 작전 지역은 대륙의 전 지역을 포함한 한반도 지역과 남지나해와 동지나해 모두를 포괄하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반도의 입장은 구한말보다 더 어려운데 남북으로 분단돼 있으며 서로를 적대시 한다는 데 있다. 만약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동북아 지역에서 대전을 벌인다면 실제로 해양세력보다는 대륙세력이 불리한 것은 자명하다. 왜냐하면 전장이 대륙세력의 본토 내지 그 인근에 조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양세력보다는 대륙세력이 개전에 소극적이긴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륙 세력은 170여 년 전의 모욕을 참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간단한 싸움이 아니다. 반도는 임진왜란 이후 주도적으로 양 세력의 갈등을 제어하지 못해 왔으며 그 결과 반도는 해양세력의 사주에 의해 청일전쟁, 러일전쟁의 참화를 겪고 해양세력의 전위에 의해 식민통치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이 세력다툼을 이해하지 못한 어리석고 젊은 김일성이 소련의 지원과 중공의 성원을 등에 없고 벌인 6.25전쟁의 참화를 겪어야 했다.
양차 세계대전은 유럽의 각성을 가져왔으며 적어도 서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끼리 싸워봤자 미국과 소련만 대두하게 만들었다는 자성 하에 통합을 꿈꾸고 이를 실현시키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그 노력도 최근의 브렉시트로 금이 조금 간듯이 보인다. 반면 동북아 지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족적 각성만 있는 상태에서 화해는 어려워지고 6.25전쟁을 통한 해양세력의 부흥은 과거의 향수가 되어 최근에는 해양세력의 경제적 부진과 맞물려 반도지역에서 전쟁을 부추기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그 대표적인 것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이며 이것은 해양세력의 대륙세력에 대한 엄청난 채무에 기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힐러리와 트럼프가 맞붙은 대선은 이런 해양세력의 현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지금 중국에 3조달러 이상의 채무를 지고 있는데 국제관계에서 채무가 가지는 함의는 대단히 크다. 이스라엘의 탄생은 제1차 세계대전 중 전비 부족에 시달린 영국이 유태인들에게 전비를 빌려 쓴 것이 발단이 되었다. 유태인에게 빚을 진 영국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태국가 수립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밸푸어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세계 최대의 채권국으로 올라섰으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미국의 GNP는 전세계의 50%를 차지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브레튼우즈와 GATT체제를 만들고 전 세계를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확실히 장악하는 데 성공했으나 전쟁의 계속을 통한 재정지출의 과다(특히 베트남전)와 무역수지의 적자는 미국을 전후 70년 동안 세계 최대의 채무국으로 전락하게 하였다. 베트남전의 와중에 닉슨은 달러의 금태환을 정지시켰으며 금 태환이 정지된 가운데서도 달러는 기축통화의 역할을 수행하여 미국에게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문자그대로 천문학적인 대중채무는 기축통화의 지위유지를 어렵게 하고 있는데 반면 아직도 전세계를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는 군사력의 발휘를 통해 이 위기를 타개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한다.
과연 개전의 불꽃은 어디서 튈까? 사드 배치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드의 한국배치는 세 측면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군사적 측면이다. 군사적 측면에서 사드 배치는 수단의 다양성 측면에서 타당성이 있다. 북한의 도발을 막는다는 명분과 노동미사일, 무수단 미사일을 설령 다 막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이의 배치를 통해 막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대북억제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군이 직접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미군이 운용한다는 점에서 효과가 감소될 수 있으며 핵심인 수도권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결정적 약점이 있어 배치의 효용성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더 나아가 북한을 비롯한 중국과 러시아에 빌미를 제공하게 되었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다른 면으로 볼 때는 국내정치 문제이다. 왜 선두에 서서 사드 배치를 하려고 서둘렀는가. 작년 메르스 사태 중에 방미계획이 있었으나 메르스 이후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하고 여름에 안보수석이 중국의 70주년 전승절에 참여한다고 발표하였으며 8월 전승절에 참석하여 이른바 '독자외교'를 선보이는 것 까지는 좋았으나 미국의 반발이 극심했으리라고 보는 것은 추측이 가능한 그림일 것이다. 메르스로 미루었던 방미를 10월에 하고 돌아와서 최초로 한 것은 전승절 참가 방중을 밝힌 안보수석의 경질이었음을 볼 때 만만찮은 압력을 받고 돌아왔다고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국내에서 '자주'와 '동맹'의 세력다툼의 양상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겠는데 안보수석의 경질에 누가 작용했는가 하는 것이 키가 될 것이다.
지금의 세계에서 미국의 눈을 속일 수는 없다. 미국의 눈을 벗어나서 행동할 수 있는 곳은 지구에서 바다 밑과 땅 속 뿐이다.-심지어 바다 밑까지 보겠다고 미국은 수단을 개발하고 있다. 지구 상의 지진을 제일 먼저 아는 나라는 미국이다- 그런데 왜 올해 갑자기 스스로 나서서 불가역적인 상황을 만들면서 '사드배치'를 검토한다고 하게 됐을까? 국방부 대변인 또는 실무 국장급에서 발표하고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던져도 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서 융통성을 부리지 않고. 두 가지라고 볼 수 있을까? 선거와 사고? 적어도 미국은 이 두 가지 사안에서 확실한 정보를 갖고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번째는 국제정치적인 측면이다. 사실 한국에 사드 배치는 미국이나 중국의 입장에서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어차피 위성에서 다 보고 있는 판에 그리고 이미 일본과 대만에 장거리 레이다 기지를 운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한반도에 사드 1개 포대는 문자 그대로 한장관의 말대로 대위 소령급이 지휘하는 하나의 포대일 뿐이다. 그런데 이것이 갖는 함의가 그동안의 논란으로 커져버린 면이 있고 사실 이것은 반도에서의 영역 경쟁(속된 말로 나와바리 싸움)이라는 것이다. 언필칭 미국은 한반도를 분할함으로써 반도의 반을 구제하였고 6.25전쟁에서도 한국을 구해준 고마운 나라였다. 이 과거의 고마움을 잊지 말라, 그리고 지금도 국방의 상당 부분을 도와주고 있고 실제로 한국군에 대한 작전권을 행사하고 있는 전통의 동맹이고 우방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반면 중국은 78년 개방과 92년 수교 이후 미국보다 더 많이 한국에 경제적 이익을 주고 있으며 오늘날에 있어서 해양세력보다 더 많은 이익을 한국에 주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으니 사드배치 하지 않는 것으로 성의를 보여달라는 것이었지만 이제 완전히 카드를 내보인 상황이니 중국 입장에서 손상된 체면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고 계산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이중적 태도를 비난하면서 사드 배치를 당연시 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중국의 이런 태도는 당연한 것이다. 중국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1992년 당시 한국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고, 중국은 두 개의 한국을 인정하는 조건으로 수교했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이러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以夷制夷하고 있는 것이고 말을 바꾸면 분할지배를 즐기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를 깨기 위해서는 우리 '민족'의 역량으로 타개해 나가야 하는데 북한의 젊고 어리석은 김정은은 조부 김일성의 정책을 답습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김정은 역시 국제관계에서의 역학관계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사마귀의 위력을 과시(사자성어로 螳螂拒轍이라고 하던가)하는데 여념이 없다. 이런 가운데 한국이 선택할 정책적 범위는 매우 제한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는 인정하되 타분야의 접촉면을 늘려서 적어도 반도 내에서 우리끼리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한반도를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전장으로 내어줘서는 안된다는 것에 합의를 하고 이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다. 서로 해양세력의 전위가 되고 대륙세력의 전위가 돼서 우리끼리 싸우면 정말로 '민족'의 미래는 없이 공멸하는 상황이 되고 양 세력의 영향력 강화와 입지만 도와 준다는 것을 깨닫고 정말로 북한이 잘 쓰는 '민족적 양심'으로 돌아와서 공멸을 막는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미국은 장기적으로 일본을 전위로 내세워 중국의 진출을 저지시키면서 대가를 한국에게 지불하라고 할 것이고(아니면 한국의 희생을 전제로) 이런 가운데 어느날 부산에 자위대가 상륙하는 장면을 보게 되는 상황이 도래할 지도 모른다. 자위대의 작전 범위는 이미 전 지구적으로 확장되었고 미국은 해공군력으로 견제하고 자위대(나중에는 일본군)가 나서서 해양세력의 이익을 추구하는 게임을 구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이런 작업은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의 종용에 따른 위안부 합의,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미일 신안보협약과 아베의 극우로의 질주 등이 1905년의 기시감을 준다면 과언일까. 중국도 마찬가지. 土門을 圖們으로 나중에는 豆滿으로 읽는 그들의 억지 또한 한국의 양식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미국에 대해서도 우리는 할 말은 해야 한다. 동북아에서 지난 70년간 미국의 전위로서 미국의 이해에 부합하도록 코르크마개 역할을 싼 값으로 충분히 이행해 왔다는 데 대해 인정하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분단된 가운데서도 전쟁없이 우리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그 해법을 내어놓아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국민적 차원에서는 한국이 우선이고 민족적 차원으로 확장한다면-북한이 민족의식과 양심을 가지고 있다면- 그 다음에는 민족적 생존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드문제는 전략적으로 사드배치를 현안으로 걸어두고(카드만 쥐고 있는 형태로) 윤외교장관이 말했듯이 양강으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는 상황을 즐겨야 했는데(외교적 언사로는 빵점이고 직위를 해제해야 할 발언이지만) 국가 총량이 부족한 것인지 정치 지도자의 오판인지, 군사적 맹종의 결과인지 알 수 없으나 아쉽게 됐다. 물론 SOFA규정에 의하면 한국은 완벽하게 미국의 군사기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밖에 없다. 심하게 말하면 1905년 한일협약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러일전쟁에서 중립을 지키려는 대한제국을 이 협약으로 구속하여 한반도에 일본군 전개와 기지 배치를 마음대로 할 수 있었고 진해만에 연합함대사령부를 두고 쓰시마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것이다.
한국은 이런 어려운 입장을 중국에 어필하고 우리의 이익을 보존해야 하는데 그런 장면을 보여주지 못했다. 외교 장관은 어려운 발표를 하는 시간에 쇼핑을 즐기는 여유(?)를 보임으로써 스스로 태업하는 모습을 통해 "나는 책임없는 사람이오" 하는 행위로 보여져서 한편 처량하기도 했지만 정말로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도망가기 바쁜 정치인들을 두고 백성들만 또 등터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워서 몇 마디 적어 보았다. 국제관계는 냉혹한 것이다. 파머스톤의 말대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다. 오로지 국가이익만이 영원한 것이다. 강대국이 좌지우지하는 냉엄한 국제무대의 현장에서 우리의 이익을 과연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국민 모두가 죽기를 각오하고 한목소리를 내면 되는데 이런 지도자를 만나기는 정말 난망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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