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에 대하여(2018. 8. 28) N
No.1344435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무장관 폼페이오의 방북을 취소하였다.
트럼프가 폼페이오의 방북을 취소한 것은 북한의 김영철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의 편지 때문이었다고 하는 보도도 있는데 그 내용이 대단히 적대적이었다고 한다. 급작스럽게 방북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바꾼 것은 ‘북의 비핵화 불이행 우려’ 때문이었다고 한다. 결국 방북성과에 대한 회의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북한은 9.9절 이전 폼페이오를 오게 해서 한껏 정치적 성과를 과시하고, 당일 시주석한테 중국의 지원 약속을 받아내는 한편, 9.9절 이후 문대통령의 방북 등 일련의 외교 이벤트를 통해많은 이익을 얻을 것을 기대했는데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트럼프 본인은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지만 스테이츠맨 급은 아니라 할지라도 철저한 마키아벨리적 폴리티션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미국의 힘을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완벽하게 구사할 줄 알기 때문이다. 이번 방북취소 결정을 통해서 트럼프는 세 가지의 과녁을 동시에 꿰뚫었다.
첫째는 북한 카드를 활용한 중국 견제이다. 중국과의 무역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중국이 비핵화 협상을 돕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과의 무역문제가 해결된 이후 북한에 갈 것”이라고 하면서 시진핑의 방북에 급제동을 걸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방북설이 계속 보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해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다행인 측면이 있다. 만약 간다고 공표한 이후 트럼프의 한 방으로 가지 않는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고, 무시하고 간다고 하면 미국과 정면 대결을 하는 모양새가 되는데 중국 입장에서 원하는 그림은 아니다. 그래서 시주석을 대신한 상무위원급이 방북할 것이라는 설도 있는데 어쨌든 중국이 주저하게 하는데 성공했다. 중국의 외교부나 언론에서 나오는 반응으로 봐서 중국이 당황한 것은 확실하다.
둘째, 중국을 북한을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한 것이다. 동시에 북한에 대해 과거의 향수에서 벗어나라는 경고를 준 것이다. 제재를 계속하겠다는 것은 이를 의미한다. 개별 기업에 대한 독자 제재도 끊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제네바협정에서 잘못된 학습을 한 것이 아닌가 한다. 제네바협정은 북한이 성공한 회담이었다. 핵 폐기가 아닌 동결을 대가로 한국과 일본 및 미국이 북한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가 되는 중유 7:2:1의 비율로 제공하기로 하였고, 영변원자로(흑연로-핵 확산형 원자로)를 없애는 대신 신포에 경수로(핵확산 저지용 원자로)를 지어주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이다. 핵을 가지고 몽니를 부리니 얻을 것은 다 얻고, 냉각탑만 폭파하는 쇼를 통해서 꿩먹고 알먹는 과거의 향수에 젖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요한 핵개발과 미사일 실험은 이런 과거의 잘못된 학습이 낳은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광범위한 순시는 경제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정치적 이벤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국제적 제재 완화나 해제에 얼마나 몸달아 있는가 하는 것을 반증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한국의 대북한 행보에 견제구를 던진 것이다. 최근 한국의 행보는 북한의 제재를 풀어주지 못해서 안달인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있었다. 북한산 석탄 도입에 대한 엉거주춤한 태도라든지, 북한의 진정성을 믿는 듯한 여러 제스쳐는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한 행태이다. 물론 우리 민족끼리 잘 지내는 건 좋지만 북한 주민은 몰라도 북한 당국은 한 번도 우리 민족끼리 잘 지내려고 한 적이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외교적인 수사라면 몰라도 진짜로 북한 당국의 진정성을 믿는다면 어리석은 것이다. 불리하면 대화하자, 유리하면 공격하자는 것이 북한 당국의 일관된 접근방식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외교도 전쟁도 손자가 말하듯이 詭計인 부분도 있고 이것의 연장일 때도 있다. 그렇게 해서 성공하고 이익을 확보한다면 잘하는 것이다. 그런 짓을 하는 상대에게 당해서 손해를 보면 바보가 되고 손가락질 받는다. 한국 당국은 때로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무시하는 것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폼페이오 방북 취소를 통해서 트럼프는 시진핑의 영향력 행사 차단과, 북한으로 하여금 중국이 우리의 백그라운드이며 호락호락하게 핵을 버리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쇼를 차단하였고, 한국의 보폭도 제한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당장 남북연락사무소 개설도 연기되지 않았는가.
한국으로서는 중재의 책임을 더 느낀다고 하는 모양인데 중재보다는 북한에 대해서 제재를 감수하고, 비핵화에 더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국제적 제재에 동참하는 것이고 그런 가운데 북한이 우리의 의도를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의 중재를 받아들일 마음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우리의 중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미국은 무엇이 아쉬워서 한국의 중재를 받아들일 것인가.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한국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의 중재를 호락호락 받아들이겠는가. 우리의 중재 조건은 무엇인가? 한국이 내세우는 중재조건이 양측의 구미를 당길 만하게 하는 것이 있는가?
쌍방이 만나게 하는 중재는 가능하지만 조건을 내세우는 중재는 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식하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중재도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 러일전쟁은 미국이 중재하여 끝이 났다. 유럽 대륙에서의 전쟁은 영국이 거의 항상 개입하거나 중재하였다.
북한과는 계속 어음만 교환해 줄 수밖에 없다. 폼페이오 방북도 어음이고, 시진핑이 방북하더라도 어음이고, 문대통령이 방북해도 어음 외에는 피차 끊어줄 것이 없다.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화되지 않은 어음은 현금으로 바뀌기 전까지 어음으로만 존재한다. 할인이 되는 어음도 아니다. 신용있는 어음도 아니고 여태까지 부도만 남발된 어음이다.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다. 누구도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고 국제사회에서 살아가기 힘들게 되어 있다. 권력의 원천은 미국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힘을 알고 잘 사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핵무기가 더 크다는 사실을 위원장에게 시위한 바 있다. 위원장이 이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버티는 것은 왜일까? 믿지 못하기 때문일까? 백그라운드로 삼고 싶은 시진핑 주석의 답방 발걸음도 멈칫거리게 하는 미국의 힘을 왜 무시하는가. 孫子가 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했는데...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라 치면 그래도 덜 죽는 방법을 택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최선을 다했다는 스스로의 다짐과 자기 만족과 함께...
추신; 북한이 핵병진 노선을 폐기했다고 국가정보원이 보고한 모양인데 과연 그럴까? 그랬으면 정말로 좋겠다. 그러나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