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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석 교수님 정년 퇴임(2021년 8월) - 선생님 감사합니다. N

No.464650
  • 작성자 최병해
  • 등록일 : 2021.07.27 13:04
  • 조회수 : 809

 

서인석 선생님 정년 퇴임을 기리며

 

 

  영남대 국어국문학과 후배님들 안녕하세요. 저는 영남대 국어국문학과 86학번으로 여러분 선배이며, 최병해라고 합니다.

  제가 여기에 글을 올리는 것은 올해 20218월에 우리 학과 서인석 선생님께서 정년 퇴임을 하시는데, 그동안 선생님께서 저희와 우리 학과에 베푼 가르침을 기리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대학 다닐 때, 다른 선생님으로부터도 많은 가르침을 받았지만, 서인석 선생님께 참으로 훌륭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영남대학교에서 국문과에서 평생 마음의 등대로 삼을 분을 만났고, 그 인연에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1991년 제대하고 2학년으로 복학한 후에 선생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처음 복학해서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연구실을 바라보면 유독 한 연구실에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방이 누구인가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서인석 선생님 연구실이더군요.

  그 뒤 수업을 들으면서 과제를 내시고 그 과제를 꼼꼼하게 피드백해 주시더군요. 그렇게 첨삭을 받으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대학에서 그렇게 해 주신 분이 처음이었기 때문이고, 그것이 저에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한 학기 내내 그렇게 하셨는데, 당시 인원이 주야간 100명이 넘는데 얼마나 힘드셨을지 그 뒤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희 학년만 있는 게 아니고 다른 수업도 있었을 텐데 늘 늦게까지 불이 켜진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겠지요. 저도 그 영향을 받아서, 제가 담당하는 강의에서 과제나 시험에 대한 피드백을 가장 중요하게 실천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선생님의 국문학연구방법론강의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국문학 연구에 대한 국내 학자들의 연구사를 조망하고, 또 다양한 문학 감상 방법을 다룬 강의였습니다. 당시 선생님이 워드로 작성한 자료를 주(격주)마다 나눠주셨는데(나중에는 하나의 책자로 만드셨지요). 지금은 그런 자료를 구할 수 있지만, 당시 제게는 너무나 소중했던 강의였고, 그로부터 가장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고전문학사에서 문학사 방법과 문학 갈래에 대한 설명, 제일 재미있었던 고전소설론강의 등등 지금도 기억이 떠오릅니다.

  선생님 연구실에 새로운 책이 많아 자주 빌려 보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선생님 방에서 다양한 진보적 서적을 빌려 읽으면서, 또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역사의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성기옥 교수님의 󰡔한국 시가 율격의 이론󰡕, 조동일 교수님의 󰡔한국문학의 갈래 이론󰡕 등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된 책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성기옥 교수님의 책을 통해 층량 3보격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고, 그것으로 논문을 써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 그리고 선생님께서 야간학부 지도 교수이셨고 당시 제가 조교였을 때, 학생들과 함께 지리산에 올랐던 기억도 새롭게 되살아납니다. 산에 오를 때는 비가 와서 손잡고 개울을 건너기도 했는데, 그때 학생들 얼굴들과 즐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납니다.

  선생님께 당한 억울한(?) 기억도 한 가지 떠오릅니다. 제가 3학년 때 학년 대표였는데, 스승의 날 야외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지명받은 사람이 돌아가며 노래를 하게 됐는데, 다들 노래를 잘 부르더군요. 저는 지독한 음치인데, 어느 학생이 저를 지목해서, 어쩔 수 없이 노래를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한사코 노래를 사양하시던 선생님께서, 제 노래가 끝나자마자 ! 이젠 내가 해도 되겠네하며 나서서 노래를 부르셨지요. 그 상황이 짐작되십니까? 학생들의 폭소 속에 저는 완전한 음치로 낙인찍혀버렸습니다. 가끔 그때 동기들을 만나면, 지금도 그 이야기를 하며 저를 놀립니다.

  서인석 선생님께서는 언제나 따뜻한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하셨습니다. 늘 온돌같이 훈훈한 분이셨지요. 또 저희가 실수를 하더라도 화를 내거나 목소리를 높여 말하지 않으셨습니다. 언제나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씀하시던 힘은 고함이나 화난 목소리보다 깊이 가슴에 닿았습니다. 또 선생님께서는 항상 학생들을 진심으로 대하셨습니다. 그 말씀 속에 진정성의 알맹이가 있었고,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실천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그 시절 우리에게 문학에 대해 깊이 알게 해 주셨고, 또 강의를 통해 역사와 진보에 대한 길을 밝혀 주셨지요. 제가 대학 다니던 그 시절에 제 동기들이나 후배들은 그때 선생님을 가장 존경하며 가장 많이 따랐고 인기도 많았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보면서 선생님을 닮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이 지닌 인품을 따르고 싶었고, 선생님이 공부하던 방법을 배우고 싶었고, 선생님이 지니신 객관적 태도도 배우고 싶었습니다.

  코로나가 아니라면 제자들이 많이 모여, 선생님 정년 퇴임을 기념하며 선생님의 이런 가르침을 기억하고 추억을 나눌 수 있을 텐데, 코로나가 너무 야속하게 생각됩니다.

  부족하지만, 제가 시를 짓는 작은 재주가 있어 선생님을 기리는 글과 함께, 감사하는 마음을 시를 지어 올립니다. 그 시절 서인석 선생님은 정말 제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제 정신의 뿌리가 되어 주셨고, 제 정신의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그래서 시 제목을 또 하나의 심장으로 했습니다.

  선생님 정말 깊이깊이 감사합니다. 그 시절 선생님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서인석 선생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2021723

  영남대 국어국문학과 86학번 제자 최병해 올림

 

  



또 하나의 심장

    - 서인석 선생님 정년 퇴임을 기리며

 

 

제대하고 복학한 뒤

선생님을 처음 뵈었다

그때 당신은 꽃의 시절이었겠지만

벌써 백발의 열매가 익고 있었다.

 

고소설 강의하다 우스운 장면마다

동심의 입 모양으로 허허허허허

부조화의 조화로 피워내던 웃음

옆에서 천둥 벼락이 울어도

눈 한번 깜빡하지 않을 잔잔한 목소리

가장 밤늦게까지 연구실을 지키며

하나하나 피드백하여 되돌려주신 과제물

 

진보의 장작불을 꺼뜨리지 않아

온돌처럼 늘 훈훈하던 당신의 서재

세상 안개와 풍파 속을 헤맬 때

멀리서 또 가까이서 빛을 비추어주던 등대

어떤 바람이 흔들어대도

중심을 세워 객관을 놓지 않던 그 눈빛

 

거기서, 내가 배운 건

정신에 또 하나의 심장이 있고

그 심장을 뛰게 하는 방법

늘 가까이 있고 싶었고, 닮고 싶었고

박자 맞춰 함께 달리고 싶었다

이런 마음,

그때 제자들 중에 나뿐이랴

 

선생님을 생각하면,

그 심장이 뛴다

오늘도 그 고동 소리

여기저기서 세상을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