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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나와도 국어실력 'F학점' N
No.1224134
2005년 10월 11일 (화) 10:16 주간조선
대학 나와도 국어 실력‘F학점’
서울 H대학 언론정보학부의 조교로 있는 박모씨는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대학교 4학년생의 논술 시험지를 받아보고 어이가 없었다. 이 대학생이 교수에게 첨삭가필(添削加筆)을 부탁한 논술 시험지의 수준이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산 제품이 가짜이기 때문에 싸고 질이 낫다고 생각한다. 중국 제품이 한국의 시장을 잠식하고 각종 경보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이 신호에 귀기우려야 한다.’
박 조교에 따르면 일반 대학생의 시험지를 채점할 때도 맞춤법이 틀려 의미 전달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고 한다. 박 조교는 “교열기능이 있는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는 데 익숙한 신세대들의 자필로 쓴 글을 볼 때 이런 식의 황당한 경우가 자주 있다”고 말한다.
2002년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국어 능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라는 결과가 보도된 적이 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한국인이 OECD 회원국 성인 중 문서를 읽고 해독하는 능력이 최하위 수준이었고 특히 산문 문서 수량 등 3가지 영역을 평가하는 문해력(文解力)에서 고학력일수록 세계 수준과 큰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지난해 8월 KBS 신입사원 채용시험에 1만6562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수험생들은 당시 KBS가 처음으로 도입한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러야 했는데 낙제점수를 받은 지원자가 무려 50%에 육박했다. 지영서 KBS 한국어 팀장은 “방송사에 우수한 인력이 몰리는 점을 감안할 때 이것은 충격적이고 심각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국민 국어능력 OECD국가 중 최하위
대졸자의 취업과정에서도 국어 능력의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는 지난 7월 5일 기업 인사담당자 7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신입사원에게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업무능력’에 대한 질문에 ‘국어 능력’을 꼽은 응답자(5.6%)가 ‘외국어 능력’을 꼽은 응답자(5.1%)보다 더 높았다고 밝혔다. 국어 능력은 ‘업무의 전문성’(48.2%), ‘대인관계’(31.9%)에 이어 세 번째로 신입사원들에게 가장 부족한 업무능력으로 뽑혔다. 인사 담당자들은 “신입사원의 국어 능력에 대해 10명 중 1명만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신세대 신입사원의 국어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이면서 각 기업은 업무에서도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한다. 국어와 관련된 업무능력 중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문을 묻는 질문에 ‘기획안 및 보고서 작성 능력’이 53.2%로 반수를 넘었다. ‘대화 능력’도 31.6%를 차지했다. ‘프레젠테이션 능력’(12.8%)과 ‘e메일 작성 능력’(1.6%)도 문제로 지적됐다.
기업체 인사담당 직원들에 따르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도 맞춤법이 어긋나는 경우가 너무나 흔하다고 한다. ‘반갑습니다’를 의미하는 ‘방가방가’ 등 인터넷 채팅용어를 거침없이 쓰거나 ‘잘부탁드려요^^;’ ‘콤 활용능력은 떨어지지만 ㅜㅜ’ 등의 이모티콘을 적는 사례까지 있다고 했다.
신입사원 외국어보다 국어가 더 문제
G전자회사 정모 대리는 얼마 전 신입사원이 전달한 품의서 때문에 곤혹을 치렀다. 정 대리의 설명이다. “한 장이면 끝날 보고서를 3장에 걸쳐 장황하게 작성했다. 맞춤법이 틀렸다면 그 부분을 지적해주면서 수정하라고 할 텐데 전체적으로 요점 파악이 안돼 직접 다시 작성해 업무보고를 해야 했다.” 그는 “요즘 신입사원들은 정보를 찾는 능력은 우수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간략히 요약해 전달하는 능력은 크게 떨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어 사용빈도가 높은 외국계 회사에서도 사원들의 국어 능력은 업무에 영향을 미친다. GM대우의 김만수 부장은 “2004년 신입사원 전원이 토익 900점을 넘길 정도로 사원의 영어 실력은 뛰어났지만 가끔 한국어로 기획서를 쓰거나 발표할 기회가 생기면 내용이 없고 논리가 너무 단순해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전체적인 문맥으로 보면 이해는 가지만 자세히 보면 적절치 않은 어휘를 사용하고 표현력이 부족해 좋은 아이디어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국어 능력의 저하현상은 대학의 학과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리포트를 받아보면 내용에 앞서 잘못된 국어표기 때문에 당황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고백한다. 띄어쓰기와 맞춤법이 틀리는 것은 기본이고 ‘이러한 사례를 담은 영상입니다. 즐감하세염’ 등 인터넷 용어를 많이 쓴다고 한다. 어떤 시험 답안지에는 ‘저는 이렇게 생각함다’라는 표현도 있었다고 했다. “학생들의 메일을 받아보면 거의 첫마디가 ‘교수님 안녕하세여’로 시작합니다. 인터넷 신조어를 많이 사용해서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할 때도 많습니다.”
이 교수는 특히 학생들이 한자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소리나는 대로 쓰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한 학생이 보고서에 ‘錦上添花’를 ‘금상첨하’로 썼을 때 오타라고 생각했는데 그 학생을 불러 물어보았더니 정말 ‘금상첨하’인 줄 알고 있더군요”라고 했다.
서울대학교 글쓰기교실 선임연구원인 김준성 박사는 이번 학기까지 6학기째 서울대생의 글쓰기를 지도해왔다. 그는 요즘 대학생의 글쓰기 문제점에 대해 “아이디어는 참신해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면서 “요즘 대학생은 본인도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운 개념을 자주 사용하여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고 했다. 김 박사는 특히 “인터넷을 통해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를 그대로 옮길 때가 많고 자기주장이 없는 글도 많다”고 했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임성호 교수는 “과거에는 논문이나 책을 메모해가며 자신의 문장으로 소화한 뒤 리포트를 작성했다. 하지만 요즘 대학생은 인터넷을 뒤져가며 쉽게 문장을 따온다. 조금만 자세히 보면 각 문단의 문체가 다르고 문단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아 짜깁기한 글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고 했다. 임 교수는 학생의 사고력과 문장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과거처럼 책을 참고하여 원고지에 리포트를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세대의 국어 능력이 저하되고 있는 원인에 대해 공통적으로 인터넷 문화의 확산을 지적했다. 국립국어원의 박용찬 연구원은 “요즘은 집에서도 휴대전화, 메신저를 이용하여 가족끼리 대화를 한다. 신세대는 인터넷이나 전화 등의 매개체 없이 직접 대면할 때 당혹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20대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초중고생들이 인터넷 언어를 표준말처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국립국어원의 김한샘 연구원은 인터넷 문화는 커뮤니케이션의 양식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고 말한다.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갖는다. 시간적으로는 짧게 말해야 하고 공간상으로는 대면성이 줄게 된다”라면서 “이러한 현상은 온라인을 나와 일상 언어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말로 설명하기보다 이모티콘 등으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다”고 했다.
국어는 못하면서 영어는 잘해?
KBS 한국어팀은 한국어능력시험문제를 주관하는 부서다. 지영서 팀장은 “영어를 못하는 것은 창피하게 생각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모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언어학자들은 모국어를 잘 해야 외국어도 잘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지 오래다.
외래어 남용, 무분별한 통신언어의 확산, 공중파 방송에서의 언어파괴 등 국어를 오염시키는 현상이 날로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부 기업과 학교를 중심으로 국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시된 다양한 방안이 눈길을 끈다.
게임 개발업체인 ㈜엔도어즈에서는 올 9월 처음으로 국어 인증시험을 실시했다. 게임 개발업체라는 특성상 온라인상의 업무가 많기 때문에 인터넷 용어나 국어표기를 잘못할 수 있는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어인증시험을 실시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강대에서는 1학년 필수과목인 국어교양시간에 매주 10장 이상 분량의 독후감 1편을 제출해야 한다. 학생들이 자필로 쓴 독후감을 조교들이 직접 읽고 등급을 3단계로 나눈다. A등급을 받은 학생은 무사히 통과되지만 B등급을 받은 학생은 면담을 통해 교정을 받아야 하고 C등급을 받은 학생은 다시 과제를 제출해야 한다. 서강대 국문과 4학년 오종찬씨는 “처음 독후감을 제출했을 때는 무척 짜증도 났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체계적인 글쓰기에 많이 도움이 되었다. 특히 책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쓰게 되어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국립국어원 이병규 연구원은 “국어 능력은 학교생활과 사회생활, 그리고 업무수행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것”이라며 “요즘 기업에서 국어능력시험 점수를 채용에 반영하는 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다”라고 했다. 이병규 연구원은 “업종에 관계 없이 대부분의 업무가 말하고 듣고 쓰는 것이고 사회적인 의사소통의 과정이기 때문에 올바른 한국어 사용능력이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한 기본 요소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현철 주간조선 기자(banghc@chosun.com) 이 기사 작성에는 김재희ㆍ하지연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대학 나와도 국어 실력‘F학점’
서울 H대학 언론정보학부의 조교로 있는 박모씨는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대학교 4학년생의 논술 시험지를 받아보고 어이가 없었다. 이 대학생이 교수에게 첨삭가필(添削加筆)을 부탁한 논술 시험지의 수준이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산 제품이 가짜이기 때문에 싸고 질이 낫다고 생각한다. 중국 제품이 한국의 시장을 잠식하고 각종 경보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이 신호에 귀기우려야 한다.’
박 조교에 따르면 일반 대학생의 시험지를 채점할 때도 맞춤법이 틀려 의미 전달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고 한다. 박 조교는 “교열기능이 있는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는 데 익숙한 신세대들의 자필로 쓴 글을 볼 때 이런 식의 황당한 경우가 자주 있다”고 말한다.
2002년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국어 능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라는 결과가 보도된 적이 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한국인이 OECD 회원국 성인 중 문서를 읽고 해독하는 능력이 최하위 수준이었고 특히 산문 문서 수량 등 3가지 영역을 평가하는 문해력(文解力)에서 고학력일수록 세계 수준과 큰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지난해 8월 KBS 신입사원 채용시험에 1만6562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수험생들은 당시 KBS가 처음으로 도입한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러야 했는데 낙제점수를 받은 지원자가 무려 50%에 육박했다. 지영서 KBS 한국어 팀장은 “방송사에 우수한 인력이 몰리는 점을 감안할 때 이것은 충격적이고 심각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국민 국어능력 OECD국가 중 최하위
대졸자의 취업과정에서도 국어 능력의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는 지난 7월 5일 기업 인사담당자 7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신입사원에게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업무능력’에 대한 질문에 ‘국어 능력’을 꼽은 응답자(5.6%)가 ‘외국어 능력’을 꼽은 응답자(5.1%)보다 더 높았다고 밝혔다. 국어 능력은 ‘업무의 전문성’(48.2%), ‘대인관계’(31.9%)에 이어 세 번째로 신입사원들에게 가장 부족한 업무능력으로 뽑혔다. 인사 담당자들은 “신입사원의 국어 능력에 대해 10명 중 1명만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신세대 신입사원의 국어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이면서 각 기업은 업무에서도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한다. 국어와 관련된 업무능력 중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문을 묻는 질문에 ‘기획안 및 보고서 작성 능력’이 53.2%로 반수를 넘었다. ‘대화 능력’도 31.6%를 차지했다. ‘프레젠테이션 능력’(12.8%)과 ‘e메일 작성 능력’(1.6%)도 문제로 지적됐다.
기업체 인사담당 직원들에 따르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도 맞춤법이 어긋나는 경우가 너무나 흔하다고 한다. ‘반갑습니다’를 의미하는 ‘방가방가’ 등 인터넷 채팅용어를 거침없이 쓰거나 ‘잘부탁드려요^^;’ ‘콤 활용능력은 떨어지지만 ㅜㅜ’ 등의 이모티콘을 적는 사례까지 있다고 했다.
신입사원 외국어보다 국어가 더 문제
G전자회사 정모 대리는 얼마 전 신입사원이 전달한 품의서 때문에 곤혹을 치렀다. 정 대리의 설명이다. “한 장이면 끝날 보고서를 3장에 걸쳐 장황하게 작성했다. 맞춤법이 틀렸다면 그 부분을 지적해주면서 수정하라고 할 텐데 전체적으로 요점 파악이 안돼 직접 다시 작성해 업무보고를 해야 했다.” 그는 “요즘 신입사원들은 정보를 찾는 능력은 우수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간략히 요약해 전달하는 능력은 크게 떨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어 사용빈도가 높은 외국계 회사에서도 사원들의 국어 능력은 업무에 영향을 미친다. GM대우의 김만수 부장은 “2004년 신입사원 전원이 토익 900점을 넘길 정도로 사원의 영어 실력은 뛰어났지만 가끔 한국어로 기획서를 쓰거나 발표할 기회가 생기면 내용이 없고 논리가 너무 단순해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전체적인 문맥으로 보면 이해는 가지만 자세히 보면 적절치 않은 어휘를 사용하고 표현력이 부족해 좋은 아이디어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국어 능력의 저하현상은 대학의 학과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리포트를 받아보면 내용에 앞서 잘못된 국어표기 때문에 당황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고백한다. 띄어쓰기와 맞춤법이 틀리는 것은 기본이고 ‘이러한 사례를 담은 영상입니다. 즐감하세염’ 등 인터넷 용어를 많이 쓴다고 한다. 어떤 시험 답안지에는 ‘저는 이렇게 생각함다’라는 표현도 있었다고 했다. “학생들의 메일을 받아보면 거의 첫마디가 ‘교수님 안녕하세여’로 시작합니다. 인터넷 신조어를 많이 사용해서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할 때도 많습니다.”
이 교수는 특히 학생들이 한자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소리나는 대로 쓰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한 학생이 보고서에 ‘錦上添花’를 ‘금상첨하’로 썼을 때 오타라고 생각했는데 그 학생을 불러 물어보았더니 정말 ‘금상첨하’인 줄 알고 있더군요”라고 했다.
서울대학교 글쓰기교실 선임연구원인 김준성 박사는 이번 학기까지 6학기째 서울대생의 글쓰기를 지도해왔다. 그는 요즘 대학생의 글쓰기 문제점에 대해 “아이디어는 참신해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면서 “요즘 대학생은 본인도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운 개념을 자주 사용하여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고 했다. 김 박사는 특히 “인터넷을 통해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를 그대로 옮길 때가 많고 자기주장이 없는 글도 많다”고 했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임성호 교수는 “과거에는 논문이나 책을 메모해가며 자신의 문장으로 소화한 뒤 리포트를 작성했다. 하지만 요즘 대학생은 인터넷을 뒤져가며 쉽게 문장을 따온다. 조금만 자세히 보면 각 문단의 문체가 다르고 문단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아 짜깁기한 글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고 했다. 임 교수는 학생의 사고력과 문장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과거처럼 책을 참고하여 원고지에 리포트를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세대의 국어 능력이 저하되고 있는 원인에 대해 공통적으로 인터넷 문화의 확산을 지적했다. 국립국어원의 박용찬 연구원은 “요즘은 집에서도 휴대전화, 메신저를 이용하여 가족끼리 대화를 한다. 신세대는 인터넷이나 전화 등의 매개체 없이 직접 대면할 때 당혹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20대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초중고생들이 인터넷 언어를 표준말처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국립국어원의 김한샘 연구원은 인터넷 문화는 커뮤니케이션의 양식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고 말한다.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갖는다. 시간적으로는 짧게 말해야 하고 공간상으로는 대면성이 줄게 된다”라면서 “이러한 현상은 온라인을 나와 일상 언어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말로 설명하기보다 이모티콘 등으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다”고 했다.
국어는 못하면서 영어는 잘해?
KBS 한국어팀은 한국어능력시험문제를 주관하는 부서다. 지영서 팀장은 “영어를 못하는 것은 창피하게 생각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모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언어학자들은 모국어를 잘 해야 외국어도 잘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지 오래다.
외래어 남용, 무분별한 통신언어의 확산, 공중파 방송에서의 언어파괴 등 국어를 오염시키는 현상이 날로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부 기업과 학교를 중심으로 국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시된 다양한 방안이 눈길을 끈다.
게임 개발업체인 ㈜엔도어즈에서는 올 9월 처음으로 국어 인증시험을 실시했다. 게임 개발업체라는 특성상 온라인상의 업무가 많기 때문에 인터넷 용어나 국어표기를 잘못할 수 있는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어인증시험을 실시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강대에서는 1학년 필수과목인 국어교양시간에 매주 10장 이상 분량의 독후감 1편을 제출해야 한다. 학생들이 자필로 쓴 독후감을 조교들이 직접 읽고 등급을 3단계로 나눈다. A등급을 받은 학생은 무사히 통과되지만 B등급을 받은 학생은 면담을 통해 교정을 받아야 하고 C등급을 받은 학생은 다시 과제를 제출해야 한다. 서강대 국문과 4학년 오종찬씨는 “처음 독후감을 제출했을 때는 무척 짜증도 났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체계적인 글쓰기에 많이 도움이 되었다. 특히 책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쓰게 되어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국립국어원 이병규 연구원은 “국어 능력은 학교생활과 사회생활, 그리고 업무수행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것”이라며 “요즘 기업에서 국어능력시험 점수를 채용에 반영하는 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다”라고 했다. 이병규 연구원은 “업종에 관계 없이 대부분의 업무가 말하고 듣고 쓰는 것이고 사회적인 의사소통의 과정이기 때문에 올바른 한국어 사용능력이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한 기본 요소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현철 주간조선 기자(banghc@chosun.com) 이 기사 작성에는 김재희ㆍ하지연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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