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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용어 재정리, '선발 쾌투' 식은 곤란하다 N
No.1224157- 작성자 김태환
- 등록일 : 2015.06.09 09:59
- 조회수 : 353
야구 용어 재정리, '선발 쾌투' 식은 곤란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가 한국야구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야구 용어를 재정비하기로 하고 8명의 전문위원으로 야구용어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런데 위원들 가운데 방송사 아나운서와 해설자들도 포함됐다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안된 말이지만 그동안 '방망이를 가져간다(갖다댄다의 잘못된 말)' '타구가 먹혔다(밀렸다)' 등 어법에 맞지 않는 출처 불명의 표현들을 가장 많이 생산해낸 이들이 중계 해설자들이다.
야구 용어에 밴 일본식 표현과 부적절한 오류들을 캐내는 건 언제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얼마 전 국립국어원이 내놓은 '선발 쾌투' 처럼 야구의 본질을 왜곡하는 엉뚱한 말들이 튀어나올까 걱정이다.
국립국어원은 최근 6이닝 이상 투구-3자책점 이하의 피칭을 일컫는 '퀄리티 스타트'를 대신할 말로 '선발 쾌투'를 선정했다. 참살이(웰빙) 누리꾼(네티즌) 등 외래어를 대신할 주옥같은 우리말들을 발굴해낸 국어원이지만 선발 쾌투는 야구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결과의 산물로 보인다.
퀄리티 스타트의 한계선인 6이닝 3자책을 평균자책점으로 환산하면 4.50이다. 참고로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평균자책점은 4.21이었다. 평균자책점은 해마다 조금씩 변하기 마련이지만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래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한 투수에게 '쾌투했다'고 말할 수 있었던 해는 없었던 것 같다. 방어율 4.50을 쾌투라 이름 붙이면 9이닝 완투는 '쾌쾌투', 완봉은 '초쾌쾌투'라 불러야 하나.
야구 언어 순화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말 사랑만큼이나 우선돼야 할 원칙은 야구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다. 단지 외국어라는 이유로 퀄리티 스타트를 무리하게 선발 쾌투(한자 투성이라 엄밀하게 우리말인지 의문스럽지만)로 바꾸기보다는 참살이처럼 근사하면서도 적합한 우리말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퀄리티 스타트를 그대로 쓰는 편이 낫지 않을까.
야구계에 명망 높은 분들이 모인 야구용어위원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가 한국야구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야구 용어를 재정비하기로 하고 8명의 전문위원으로 야구용어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런데 위원들 가운데 방송사 아나운서와 해설자들도 포함됐다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안된 말이지만 그동안 '방망이를 가져간다(갖다댄다의 잘못된 말)' '타구가 먹혔다(밀렸다)' 등 어법에 맞지 않는 출처 불명의 표현들을 가장 많이 생산해낸 이들이 중계 해설자들이다.
야구 용어에 밴 일본식 표현과 부적절한 오류들을 캐내는 건 언제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얼마 전 국립국어원이 내놓은 '선발 쾌투' 처럼 야구의 본질을 왜곡하는 엉뚱한 말들이 튀어나올까 걱정이다.
국립국어원은 최근 6이닝 이상 투구-3자책점 이하의 피칭을 일컫는 '퀄리티 스타트'를 대신할 말로 '선발 쾌투'를 선정했다. 참살이(웰빙) 누리꾼(네티즌) 등 외래어를 대신할 주옥같은 우리말들을 발굴해낸 국어원이지만 선발 쾌투는 야구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결과의 산물로 보인다.
퀄리티 스타트의 한계선인 6이닝 3자책을 평균자책점으로 환산하면 4.50이다. 참고로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평균자책점은 4.21이었다. 평균자책점은 해마다 조금씩 변하기 마련이지만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래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한 투수에게 '쾌투했다'고 말할 수 있었던 해는 없었던 것 같다. 방어율 4.50을 쾌투라 이름 붙이면 9이닝 완투는 '쾌쾌투', 완봉은 '초쾌쾌투'라 불러야 하나.
야구 언어 순화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말 사랑만큼이나 우선돼야 할 원칙은 야구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다. 단지 외국어라는 이유로 퀄리티 스타트를 무리하게 선발 쾌투(한자 투성이라 엄밀하게 우리말인지 의문스럽지만)로 바꾸기보다는 참살이처럼 근사하면서도 적합한 우리말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퀄리티 스타트를 그대로 쓰는 편이 낫지 않을까.
야구계에 명망 높은 분들이 모인 야구용어위원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