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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 News Room

[도전하는 젊음]학습공동체 바람부는 영남대 상경대 N

No.1962562

대학생활·취업·인맥까지 한꺼번에 잡아요"

[조선일보]2009-12-3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2/30/2009123001493.html

 

 겨울방학이 시작돼 썰렁한 지난 15일 오후 2시 경북 경산시 영남대 상경관 306호. 학생 40여명이 모여 앉아 '취업특강'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 대학 출신의 외국계 보험회사 간부들이 후배들에게 취업 노하우를 알려주려고 마련한 자리였다.

 강사가 "취업을 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자격증, 실력, 성적…"이라고 묻자, 학생들은 곳곳에서 "열정"이라고 답했고 강사는 "오케이∼ 바로 그겁니다"라며 맞장구를 쳤다.

 1시간 30분여 동안 진행된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 한 무리가 우르르 4층으로 향했다. 16㎡(5평) 남짓한 공부방으로 모인 학생들은 자연스레 책상에 둘러앉았다. 2학년 정수정(21)씨가 "선배, 보험회사에서 선호하는 자격증은 뭐예요?"라고 묻자, 4학년 고의현(25)씨는 "성적과 외국어 등도 보겠지만, AFPK(국내재무설계사)·CFP(국제재무설계사)를 선호하는 추세"라면서 "AFPK는 분기마다, CFP는 1년에 2번 시험을 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남대 상경대 학습공동체인 파이노믹스 회원들이 경제금융학부장 안병철(왼쪽에서 네 번째) 교수,
지도교수인 원승연(왼쪽에서 두 번째) 교수와 함께
그동안 수상한 상장을 들어보이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재우 기자 jw-lee@chosun.com
 
 방학도 잊은 채 취업난을 헤쳐나가고 있는 이들, 영남대 상경대학 내에서 2002년 생긴 금융학습공동체 '파이노믹스(파이낸스와 이코노믹스의 합성어)' 회원들이다. 기존 동아리와 달리 '금융분야 취업'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졌고, 선·후배 간의 '멘토―멘티' 시스템, 교수들의 지도, 대학측의 지원이 3박자를 갖춰 가공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졸업생 65명 중 90%가 정규직 취업에 성공했고, 이 중 77%가 금융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지역 금융가(街)에선 '파이노믹스'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가산점을 받을 정도다. 특히 재학생들은 2007 전국대학생 증권선물 경시대회 장려상, 2008 키움증권 대학생 주식모의투자대회 우수상 등 크고 작은 공모전을 휩쓸고 있고, 회원 전원이 금융관련 자격증을 적어도 1개 이상 갖고 있을 만큼 실력도 갖췄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미래에셋증권에 입사한 김기범(25·경제금융학부 4학년)씨는 "외국어나 학교 성적이 아닌, 파이노믹스를 통해 공모전에 참가하고 수상했던 경력이 취업의 열쇠였다"고 말했다.

 파이노믹스는 들어가는 것부터가 까다롭다. 서류전형을 통해 학점·자격증·외국어실력 등을, 학생들과 교수가 직접 보는 면접에서는 열정과 성실성 등을 각각 체크한다. 매년 평균 30여명을 뽑는데 올해 경쟁률은 4대 1을 넘었다.

 재수를 해서 신입 회원이 된 이상협(24·경제금융학부 3학년)씨는 "파이노믹스는 공부도, 취업도, 재미있는 대학생활도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는 곳으로 소문나 있다"면서 "동아리도 재수한다며 놀림도 받았지만 꼭 파이노믹스 일원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생들끼리 만든 커리큘럼도 빡빡하다. 평일에는 '한국은행 금요강좌반', '삼성경제연구소 경제리포트 토론반', '신문NIE반' 등 1개 이상 학습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고, 5월 금융기관 탐방, 6∼8월 자격증 준비·토론경진대회 참가준비, 9월 공모전 준비, 10월 취업대비 모의면접 등 1년치 프로그램이 꽉 짜여 있다.

 모든 과정은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고 때로는 공동체 참여도, 자격증 취득여부, 공모전 참가 등 활동실적을 매겨 저조한 회원들은 퇴출도 시킨다. 지난해엔 8명, 올해엔 4명이 파이노믹스에서 낙마했다.

 취업에 성공한 졸업생들은 공모전 준비를 하는 후배들을 위해 야식배달을 자처하고, 취업시즌이 되면 모의면접을 통해 면접 컨설팅에 나선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인턴 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하기도 한다. 지도를 맡고 있는 원승연(元承淵·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파이노믹스는 취업을 넘어 사회에서도 선·후배 간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모임"이라며 "이를 토대로 학생들은 실력은 물론 자신감과 리더십까지, 또 다른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노믹스의 성과는 영남대 상경대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2∼3개에 불과했던 학습공동체가 최근 급격히 늘어 현재는 22개가 운영 중이다. 대부분 파이노믹스처럼 창업·마케팅·중국경제 연구 등 관심있는 분야를 목표로 세워 학습과 동아리활동, 취업을 병행하고 있고, 대학측은 성과에 따라 매월 100만원 상당의 지원금도 준다.

 최근엔 이들 공동체의 성과를 접한 인근 대학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문의하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박병진(朴炳珍·경제금융학부) 상경대학장은 "교수들이 틀을 만들고, 학생들이 꾸려가고, 대학본부가 지원을 해 주는 학습공동체 문화는 전국 어느 대학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라면서 "다소 위축될 수 있는 지방대 출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지방대학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