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의 잠 못 이루는 밤(2018. 8. 1) N
No.1344437
최근 북한의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시찰정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1992년 등소평의 남순을 연상시킨다. 이 둘의 같은 점은 지도자가 경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개방 내지 성장을 고취시키려는 정치적 경제적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내외에 천명하는 정치적 사인이다. 다른 점은 등소평은 이미 중국을 개방시키고 14년이 지나 이른바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강화하기 위한 동력을 배가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김정은의 순시는 개방되지 않은 북한에서 자신의 경제개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야기된 국제적 제재를 완화 내지 해제하려는 의도 하에 한다는 것이다.
지난 달 초반 평안도 순시에서는 이른 바 당일꾼들을 지적하고 버럭 호통치는 모습도 보였다고 하고, 또 한편으로는 구슬러 가면서 칭찬도 해 가면서 최고지도자로서의 이미지 구축과 대외 선전효과를 노리고 있는 듯 하다. 한 달여 기간 중에 21곳을 시찰...했다니 강행군이다. 어쩌면 제2의 고난의 행군은 없을 것이라고 한 자신의 말에 책임지기 위한 노력이라고도 보이지만 한편으로 초조감이 반영된 행보라고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제목을 '위원장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고 했다.
김위원장은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과 3차 방중 이후 한 달간 평안북도, 양강도, 함경북도, 강원도를 잇따라 방문하면서 경제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동선은 김정은의 '신경제 전략'의 구상이라고 하는데 북한 당국이 놓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무시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경제는 그렇게 해서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마르크스가 말한 바 생산의 3요소는 노동, 자본, 토지이다. 3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성립되는데 북한이 가지지 못한 것은 자본이다. 자본은 제재가 완화되거나 해제되어야 북한으로 유입될 수 있는데 이 제재라는 것은 이전에 북한이 한 행위에 대한 징벌적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징벌을 초래한 당사자는 징벌 사유를 없애거나 저감시켜야 용서(해제나 완화)를 받을 수 있다. 자신의 징벌 사유를 없애지 않고 쇼를 통해서 제재 완화나 해제를 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이다. 그런 차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북한 내부에서 강온 양쪽으로부터 협공을 받고 있는 지도 모른다. 물론 북한의 체제가 최고지도자의 무오류성을 전제로 통치되는 왕조체제이기는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트럼프 만나고 시진핑 만나도 구체적인 실리 없이 모양만 내면서 떠들썩한 경제 우선 행보는 정치적으로 화려할 지 모르나 사실상의 성과가 없다면 위원장에게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버럭정치를 통해 경제일꾼을 꾸중한 것은 조조가 진중에서 군심안정을 위해 군량부족의 책임을 중간 간부에게 떠넘기고 목을 친 장면을 떠올린다. 아직까지 미국은 제재를 완화할 생각이 없고, 한국이 부분적인 완화를 위해서 미국과 협상 중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장면에서 한국이 일부 제재완화를 한다 하더라도 이것은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누기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이 징벌을 자초한 수준이 전 지구적이기 때문이고 한국 스스로가 전지구적인 징벌 자체를 무시하고 '동족'이랍시고 해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김위원장은 쌍주머니를 차고 싶을 것이다. 핵도 가지고 경제도 가지는 이른바 핵경제 병진노선이야 말로 꿩먹고 알먹기이겠지만 국제사회가 그 정도로 어리숙하지는 않다는 것도 중국 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를 다녀오면서 깨달아야 정상이다.
한국을 창구로 해서 제재 해제 내지 완화 국면을 조성하고 이를 토대로 일정 수준 경제적 실익을 얻고, 핵까지 보유하면 완전한 병진노선의 구축이 될 것인데 과연 이것이 주문대로 될까?
북한의 입장에서 핵은 분명히 북한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명백한 수단일 수도 있다.그러나 핵은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쌀은 체제를 유지하는데 핵보다는 약해 보인다. 그러나 그가 '사랑하는' 인민은 쌀을 먹어야만 살 수 있다. 이 딜레마를 위원장은 해결할 수 있을까. 이거 해결하면 위원장의 집권은 탄탄대로가 될 것이고 해결하지 못하면 양파의 협공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북한은 스스로의 국가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중국이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를 설립하면서 한국의 가입신청을 받아들이고, 북한의 가입신청을 거부했을 때 북한은 혈맹 중국에서조차 경제에서는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깨달아야 하는데 이런 면에서는 부족한 것 같다. 아니면 체제 존속과 권력 유지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대원군의 쇄국보다 더한 쇄국을 유지하면서 핵 우선 경제 차선의 병진정책을 유지하면서 주민들에게는 쇼로 대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진정으로 쌍주머니를 차려고 노력하는데 잘 되지 않으니 밤마다 고민하면서 잠을 못이루고 있는지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잠 못 이루는 밤을 잠 잘 이루는 밤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쌍주머니 중 한 주머니는 포기해야 될 것인데 이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징벌을 불러들인 입장에서 징벌 사유를 제거해야 제재완화나 해제가 있을 것인데 딜레마의 연속이니 잠을 잘 잘 수 있겠냐고.
p.s. 오늘 아침 신문에는 새로운 ICBM 개발을 하고 있다고 보도되는데 그러면 지난 번 미사일엔진시험장 폐쇄는 또 다른 보여주기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