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평가와 전망 2018. 6. 15 N
No.1344438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끝났다. 정상회담이 끝나고 나온 공동성명에 대해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미국이 그동안 줄기차게 강조하던 CVID가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태산명동에 서일필일까.
어차피 결과론적으로 볼 때 이번 회담은 두 정상의 정치적 자산 획득을 위한 모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는 표현이 있다. 물론 미국은 핵의 제거를 CVID의 방식으로 하기를 원한다. 북한은 핵의 제거보다는 제재의 완화나 해제를 원한다. 논리가 부딪힐 때 환원론으로 빠져들기 쉽다. 이것은 등가교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리 양쪽 끝에서 동시에 출발시키는 1:1 포로교환이나 스파이의 맞교환이 아니라는 말이다. "상대측에서 먼저 하나를 풀어주면 나도 하나를 포기하겠소." 아니 "귀측에서 하나를 포기하면 하나를 풀지요."라고 했을 때 현장 맞교환처럼 신속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거래가 아니라는 것이다. 적어도 미국의 입장에서 앞으로 북한의 전략적 도발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였고, 북한 역시 CVID를 삽입하지 않고, 김정은을 국제외교무대에 데뷔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다시 말해서 정치외교적 자산을 획득한 것이다. 노동신문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사진과 기사를 대폭 싣고 공동성명까지 싣는 것은 이런 정치적 자산의 획득을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속이 없다. "아, 곧 제재가 완화되어 아니면 해제되어 우리 살림살이가 나아지겠구나"라는 경제적 부분이 없다. 광범위한 체제보장을 정치적으로 받아내었으나 경제적으로 제재완화나 해제라는 것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과연 김정은은 무엇을 얻었을까? 변변찮은 항공력 때문에 중국의 비행기를 타고 와서 얻어간 것은 국제외교무대 데뷔 한 장면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아직도 버틸 만하다는 것일까.
한국에서는 한미연합훈련의 연기 내지 중지를 두고 말이 많다. 이것은 걱정할 일이 아니다. 과거 일시적으로 팀스피리트를 중지한 적도 있었지만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어서 다시 하였고, 이것은 키리졸브 훈련과 독수리 훈련으로 대체되어 하고 있다.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은 지휘소연습인데 북한은 건수를 잡은 듯이 어제 군사회담에서 이 훈련의 중지를 요구했다고 한다. 연합훈련의 중단이나 연기는 이를테면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미사일발사장 폐기 등의 조치와 비슷한 것이다. 실질은 하나도 바꾸지 않으면서 본질은 그대로 둔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핵은 한 발도 없어지지 않았으며, 한미연합훈련 역시 없어진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주둔과 훈련에 대한 비용을 말했지만 이것은 그의 비지니스적 접근으로 남북한을 살짝 흔들기 위한 발언이지 본질을 훼손한 것은 아니다. 북한이 급한 것은 정치적 자산획득보다 제재 완화나 해제이다. 가시적 핵의 포기없이 제재국면은 계속된다고 할 때 등가교환은 아니라 할지라도 북한의 선제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이 있어야만 제재완화나 해제의 수순으로 돌입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해제를 주장했으나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로 보인다. 한국의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제재 완화나 해제가 될 경우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에 중국과 경쟁할 수 있고, 북한이 정상국가가 될 경우 미국에 대해 북한과 경쟁해야 하는 이중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대화국면이라고 하더라도 군사회담은 필요없다는 생각이다. 군대는 전쟁을 억제하고 전쟁발발시 명령에 따라 전투행위만 하면 되는 것이지 상대와 회담하여 얻을 것은 거의 없고, 북한군과 합의가 되더라도 결국 유엔사의 조치를 받아야 한다는 면에서 비효율적이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후(한국이 주체로 참가한다는 전제 하에) 비로소 군사회담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해방정국에서 남로당은 미군정과 미군의 털끝하나 건들지 않으면서 동족에게만 피를 흘리게 했다. 지금의 국면에서 북한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한미의 틈새를 비집고 한국으로부터는 최대의 정치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고 한다. 최고지도자의 대외 투사능력도 부족하여 타국의 비행기를 빌려 타는 국가적 능력에 그런 체면구김은 안중에도 없이 한국에 당당하려고 애써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맏형의 태도도 좋지만 맏형이 거느린 식솔들의 체면도 생각해서 당근만 일관되게 제공할 것이 아니라 때로 채찍질도 해야 주제파악을 할 것이다. 중국 정보당국은 제공한 비행기에 도청장치를 했을까 안했을까.
추신; 북한의 전술적 대남 도발도 상당기간 없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 동안의 북한의 도발은 후계자의 정치적 자산 획득의 일환이었다. 김정은의 아들이 태어나서 후계구도가 짜이지 않는 한, 그리고 제재국면이 계속되는 한 전술적 도발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전략적 도발은 미국에 의해 봉쇄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낙관일까. 북한이 개방을 할 수 없는 것은 권력의 세습때문이다. 개방은 자기부정이기 때문에 섣불리 할 수가 없고, 핵포기 역시 자기부정에 해당되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백성을 살리려면 개방을 해야 하고, 체제를 유지하려면 쇄국을 해야 하는데 진퇴양난의 국면에서 모든 것을 어떻게 지키려는지 관전하는 재미도 쏠쏠할 수 있다. 우리가 당사자가 아니라면...
추추신; 남북고위급 회담에 나온 리선권이 통일부장관한테 공개회의 하자고 우기던데 그건 문대통령과 김정은의 5월 개별회담 후 "김정은 위원장의 인기가 좋습니다"라는 말에 고무되어, 회의장면을 한국에 공개하고 좋은 이미지 심겠다는 심리전의 일환이었다고 본다. 북측에는 공개하지 않으면서 공개회의를 하자고. 통일부 장관이 그 때 공개회의를 거부한 것은 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