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남북정상회담에 즈음하여(2018. 8. 15) N
No.1344436
9월 중에 남북한 정상이 평양에서 3차 정상회담을 갖기로 하였다.
지난 4월과 5월에 이은 세 번째 만남이다. 비핵화를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 간의 최근 분위기는 좋지 않다. 서로 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선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 가시적인 비핵화를 보여야 제재 완화내지 해제를 할 수가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비핵화보다 제재 완화나 해제를 우선 목표로 한다. 완화나 해제를 봐가면서 비핵화하겠다는 것이다. 목표가 다른 상대가 만나서 이야기를 해봤자 그 결과는 뻔하다. 최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4차 방북을 앞두고 비핵화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기는 하나 이것은 미국의 희망사항 내지 북한에 대한 압박용일 가능성이 크다. 한쪽은 체제가 다른 한 쪽은 위신이 걸린 문제이다.
이미 지적했듯이 제재 완화 내지 해제와 비핵화는 등가의 교환이 아니다. 그리고 선후를 따지기기 쉽지 않다. 하지만 엄밀히 말한다면 핵의 해체가 우선이다. 이 제재국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은 핵을 체제유지의 궁극적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그것의 확보가 목표가 되고 말았다. 다시 말해서 핵없는 북한은 동북아에서 가장 국력이 약한 나라로서 한국에 흡수통일될 수준 밖에 안되기 때문에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 핵을 개발한 것이다. 그래서 핵을 포기하라는 것은 북한에게는 죽으라는 말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되었다. 북한은 쌀 대신 핵과 미사일을 택하였다. 핵과 미사일을 택한 결과 오늘날과 같은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되었는데 제재의 원인 제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원인 제거에 소극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핵제거보다는 제재완화 내지 제재 해제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듣지 않으니까 한국을 미국에 대한 통로로 생각해서 한국이 부분적으로라도 제재완화를 해주기를 바라는 동시에 미국으로의 다리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을 이용만 하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3차 회담의 배경은 지난 4월의 합의의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전개된 장면 상 이런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은 평양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우선 미국과 주파수를 고정해야 한다. 미국과 주파수를 맞춘 상태에서 평양의 요구를 들어봐야 할 것이다. 평양의 요구는 뻔하다. 제재완화나 해제, 한국의 대북 원조 요구 등. 미국에 주파수를 우선 맞춰야 한다는 것은 북한에게 비핵화를 우선하고 제재완화를 기대하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주파수를 맞추지 않을 때 한국은 외교적으로 어려운 지경에 처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8.15경축사에서 비핵화를 해야 남북경협이 가능하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자임하였는데 이는 대체로 한국이 추구할 수 있는 방향과 일치한다고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주파수가 다르다고 받아들인다면 남북 공히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
사실 북한이 이번 9월 초 회담을 강력히 요구한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북한정권 수립일에 맞춰 평양에 오게 해서 군사퍼레이드 행사 중 사열대에 위원장과 같이 서있는 장면을 연출하려 한 것도 있지 않았을까 의심도 해본다. 전세계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지구촌의 온전한 구성원이 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그림은 북한 당국자의 생각에는 들어있지 않은 듯이 보인다. 쌀을 버리고 만든 핵인데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와서 체제보장이 된다면 핵을 버리고 쌀을 얻겠다고 하는데 경제개발에 매진하려면 핵을 개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예전에는 몰라서 그랬을까? 그렇기 때문에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당국의 의도는 분명히 쌍주머니 차겠다는 것이고 이들을 설득해서 비핵화의 길을 걷게 한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 지난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제재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고 제재가 장기화된다면 최악의 경우 북한의 정정변화도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평화가 경제이고, 경제는 평화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쌀 대신 핵을 택한 이들이 어디까지 몰려야 손에 쥔 핵을 포기할 것인가? 어쨌든 한국 정부는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하는 우발계획도 수립해 놓아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