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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번호 : 12] “수도권-지방大 구분은 시대착오적” - [게재일 : 2009-12- ]

게재지(방송명)
동아일보
등록일
2009-12-28 17:45:10
조회
3052
“1000억 투입 글로벌 경쟁력 확보”

■ 영남대 이효수 총장

《“이제 ‘지방대’라는 표현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서울과 지방을 넘어 세계 각국에서 대학이 중대한 변화를 맞고 있기 때문이죠. ‘지방의 주요 사립대’라는 특색 없는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발전 모델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20일 영남대에서 만난 이효수 총장(58·사진)의 표정과 말투에는 고민과 자신감이 교차했다. 영남대는 최근 20년 동안의 관선이사 체제를 마감하고 새 재단이 출범했다.

 올해 2월 취임한 이 총장은 인터뷰 동안 “대학교육의 틀(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구성원 모두 절박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영남대는 재학생 2만8000여 명에 교직원 1400여 명, 동문은 17만 명. 정부 고위공무원과 재계 최고경영자도 많이 배출했다.》

 “지역과 세계를 융합하는 ‘글로컬’을 어느 대학이 얼마만큼 알차게 실천하느냐에 따라 대학교육 경쟁력이 새로운 구도로 짜일 것으로 확신합니다. 프런티어(개척자) 정신이 대학의 새로운 과제가 된 것이죠. 이런 틀에서 볼 때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 같은 구분에 얽매이는 것은 정말 시대착오적입니다. 글로컬 관점에서 서울과 지방, 나아가 동북아시아까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이 총장은 “오랫동안 쓰이고 있는 ‘지방대’라는 표현은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측면이 강하다”며 “서울도 대구도 하나의 지역일 뿐이라는 당당한 태도가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지방대’라는 말은 취임과 함께 버렸다고 했다. 대학교육의 새로운 틀이 필요한 만큼 그야말로 ‘새로운 출발선’을 긋고 뛸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장의 집무실 책상 위에는 국내외 대학에서 발행하는 대학발전계획을 담은 간행물이 쌓여 있었다.

 “이미 대학 경쟁력은 ‘글로벌’이 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서울지역 대학이라고 글로벌 경쟁력이 저절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돌아보면 ‘지방대’라는 말은 물론 수도권과 비교해 다른 지역의 전반적인 사정이 나쁘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인식에 편승해 지역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세계와 경쟁하려는 의지를 막아버리는 핑곗거리가 됐을 수도 있습니다. 기업에서 환영 받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지역대학의 교육과 행정이 모든 면에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가 새로운 인재양성 방향으로 제시한 모델이 ‘Y형 인재’이다. 두 팔을 머리 위로 쭉 뻗은 모습을 상징하는 Y형 인재는 더불어 사는 따뜻한 마음을 바탕으로 지식기반사회에 적합한 지식창출형 인재를 뜻한다.

 “붕어빵을 찍어내듯 정형화된 대학 교육은 산업사회, 그것도 초기산업사회에나 어울리고 지금 시대에는 몸에 맞지 않는 옷 같은 겁니다. 하지만 학생과 교수들에게 이에 대한 비전만 강요해서는 안 되고 대학이 기반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앞으로 수년 동안 1000억 원을 투입해 새로운 교육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토대를 마련할 것입니다. ‘영남대에서 공부하면 자신을 발전시키는 데 충분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학생들 마음에 파고들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죠.”

 이 총장 취임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영남대는 광역경제권 그린에너지 선도사업 인재양성센터 250억 원 등 정부 지원금 1005억 원을 확보했다. 대학 발전 방향을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글로컬 이니셔티브(주도권) 지역거점대학’으로 설정한 자신감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학생이 대학을 믿고 선택하는 원칙과 꼭 마찬가지로 국가와 사회, 기업이 대학을 신뢰할 수 있을 때 투자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몇몇 대학을 돌면서도 우리가 추구하는 글로컬 주도권이 방향은 정확하게 잡았다고 확신했습니다. 입으로는 쉽게 말할 수 있지만 결국 승부는 구체적 모델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지 않겠습니까. 우선 그린에너지를 비롯해 차세대 빛인 발광다이오드(LED)연구센터 등 여러 분야가 협력하는 융합 모델이 교내에서 성과를 거두도록 서두를 계획입니다. 융합과 복합이 대학 안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여준다는 것이죠.”

 대학 변화의 ‘적’으로 종종 언급되는 학과 간 두꺼운 벽을 허물고 융합으로 나아가려면 성공모델을 보고 따를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게 이 총장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융복합 전용 공간도 캠퍼스에 마련할 계획이다.

 “‘시작이 반’이 되려면 지금 시대를 이끌 수 있는 방향과 비전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서울을 거쳐야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거나 수도권 대학에 비해 지방대 여건이 무조건 불리하다는 식의 패배주의로는 글로컬이나 글로벌 대학은 공허할 뿐입니다.”

 이 총장은 “지역 거점대학이 된다는 것은 특정지역의 울타리 속에서 적당히 선두가 되겠다는 속셈이 아니라 현재 있는 곳이 곧 세계와 바로 연결되는 통로가 되도록 좌표를 다시 설정하는 것”이라며 “마침 재단도 안정을 꾀할 기반이 마련된 만큼 영남대가 이를 위한 선구자가 되도록 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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