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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대 이효수 총장 e-총장실

대담 및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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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번호 : 16] [긴급대담] 박한식 美 조지아대 석좌교수-이효수 총장 - [게재일 : 2009-11-17 ]

게재지(방송명)
매일신문
등록일
2009-12-28 18:05:11
조회
3465
 미국 패권주의, 투기자본이 빚은 금융위기, 무책임한 지구환경 파괴 등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빠진 인류가 미래의 희망을 꿈꾸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국가와 지방, 개인과 대학은 어떻게 활로를 모색해야 할까.

 사회주의 붕괴 이후 팽창을 거듭하다 한계에 닥친 글로벌리즘(Globalism:세계화·세계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local)에 바탕을 두고 세계가 서로를 인정하며 공존을 추구하는 글로컬리즘(Glocalism)이 요구된다는 주장을 한국과 미국에서 각기 펼치고 있는 두 학자가 16일 영남대에서 만났다.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석좌교수와 영남대 이효수 총장. 1995년 설립한 세계문제연구소에서 글로벌 이슈에 대해 연구해온 박 교수는 북한 전문가로 최근 남북 문제에도 글로컬리즘이 유효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총장은 대학의 역할과 기능을 글로컬리즘에서 찾아야 한다며 최근 영남대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10일 평양에 가 북한 고위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북·미 대화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에 온 박 교수가 이 총장의 초청으로 이날 글로컬리즘 강연을 위해 대구에 왔다. 경북고 출신이지만 대구를 떠난 지 50년 만에 두 번째 귀향한 그를 영남대 총장접견실에서 만났다.

-세계 모든 국가와 기업, 대학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부르짖는 시점에 이를 비판하는 건 이르지 않은가.

▶박한식 교수=1995년 세계문제연구소를 창설한 뒤 15년 동안 글로벌 이슈에 대해 세계 석학들과 함께 연구해왔다. 우리 역시 당초에는 글로벌리즘이 인류 발전의 방향이라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인류가 염원하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글로벌리즘의 과오와 폐단을 이대로 두면 안 된다며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은 미국 내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리즘의 과오란 어떤 것을 말하는가.

▶박=글로벌리즘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무작정 세계화를 진행한 게 문제다. 글로벌리즘은 산업사회에서 이행해온 초산업사회가 자기 울타리만으로는 부족해 넘쳐난 것이다. 판매와 노동, 금융 등 시장을 확장하고 정치적으로 국경을 초월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 문화를 추종하다 보니 인간의 본질적 가치를 망각했다. 인간의 정체성 위기를 불러 자기부정 행태나 퇴폐문화를 조장했을 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망가뜨리고 지구 파괴를 향해 가고 있다. 작은 나라가 큰 나라에 맞서 전쟁을 벌이는 일이 가능해진 지금은 세계 질서의 붕괴 과정이다.

-글로벌리즘은 세계시민주의를 추구하는 게 아닌가.

▶이효수 총장=글로벌리즘의 잘못된 이념 중 하나가 세계를 동질화시키는 것이다. 세계를 선진과 후진으로 이분하고 선진을 후진에 이식시키려는 지배논리는 세계를 파괴시킨다. 모든 국가는 나름의 발전단계를 밟으며 국민이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진전돼야 하는데 세계화를 강요하는 건 우려스런 일이다. 글로컬리즘은 동질화가 아니라 상호 존중하면서 서로의 장점을 학습하기 위한 노력이다.

▶박=획일주의와 이분법적 가치관을 지양하기 위해 동양문화권이나 우리나라에서 제시할 수 있는 가치는 조화다. 글로컬리즘은 글로벌리즘의 좋은 점까지 버리자는 게 아니다. 글로벌리즘에 인간과 상호이해와 관계라는 본질을 투입해 건전한 발전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조화는 이질의 존재를 인정하고 서로 발전시키는 데 있다. ''1+1=1이상''이라는 조화의 개념은 서구에 없는 것이다.

-조화를 통한 글로컬리즘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나.

▶이=글로컬리즘의 적용 범위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부문에 걸쳐 있다. 미국이 우월하니까 미국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 한국식 글로벌리즘이었는데, 이는 부작용만 남기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면서 세계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풍요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국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박=우리나라의 경우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조화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 모든 걸 받아들이라는 게 아니다. 오케스트라는 많은 악기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지만 어떤 악기든 들어올 수 있는 건 아니다. 더 큰 조화를 이루기 위해 이질적인 것을 수용해야 하지만 무조건이 아니라 조화의 범주 내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 역시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수용하고, 분별할 범위는 명확히 해야 한다. 북한의 기아상황이 김정일에게서 비롯됐다면 김정일을 수용할 수 없다. 이것이 사실인지를 규명하고 수용의 범위를 연구하는 것이 학자의 일이다.

-세계화는 여전히 진행중인데 대학과 지식인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나.

▶이=지금의 대학은 지식 전달자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표준화된 지식은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이를 그대로 전달하는 대학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세계 모든 대학이 이와 같은 패러다임 전환기에 와 있다. 전통적 학문을 융·복합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아졌다. 인류 공통의 문제는 더욱 그렇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지식과 정보를 수집해 새로운 지식을 창조할 수 있는 지식기반사회의 인재를 기르는 일이 중요하다. 대학이 지식생산자로서, 인재양성기관으로서 제몫을 해야 할 때다.

▶박=지식 생산자로서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지식의 올바른 의미에 대해서도 짚어봐야 한다. 이제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지식이 아니라 목적의식이 담긴 지식이 필요하다. 글로벌리즘이 불러온 문제점을 치유, 예방하고 나아가 글로컬리즘의 가치관을 목적으로 하는 지식이 필요하다. 지금은 국가정책의 목적조차 혼돈상태다. 오바마가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더 보내는 목적에 대해 고민하는데, 수많은 희생을 치른 이제 와서 목적을 고민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글로컬리즘으로 보면 지방과 지방대의 생존 방안은.

▶박=글로벌리즘의 맹점은 인간의 가치관과 발전, 인간관계를 등한시했다는 데 있다. 지방은 과연 어떤 얼굴을 보이고 싶은지 자신의 얼굴과 개성을 다듬어보는 게 필요하다. 오랜만에 고향에 오니 세계화에 너무 휩쓸린 것 같다. 여기가 과연 대구인지 미국의 어느 도시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친구와 친지들을 찾아볼 겨를이 없어 미안하지만 내 기억 속의 반월당이나 염매시장 등이 모습을 잃은 현실이 더 안타깝다. 서구처럼 편리하게 산다는 건 좋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마저 미국식으로 가는 건 안 된다.

▶이=그동안 대학이 기르고자 하는 인재상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취약했다. 무조건 글로벌만 외칠 게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고 사회가 인정하는 인재, 글로벌마켓과 지식기반사회에서 살아남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영남대는 녹색혁신분야를 특화해서 민족과 인류에 기여하고, 다문화 자녀를 경쟁력 있는 인재로 키워 우리 사회의 갈등구조를 예방하는 한편 고령화 사회에도 적극 대처하는 대학이 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 박한식(69) 교수=경북고, 서울대를 거쳐 미국에서 정치학을 연구해온 국제정치 분야 전문가다. 조지아대 국제학과 석좌교수로 북핵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1981년 이후 40여차례 북한을 방문했으며 올해도 3번이나 다녀왔다. 북·미 대화, 남북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10일 평양을 방문한 뒤 14일 서울에 와 주미 대사관 등에 정책 조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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