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특별전

사진기와 사진 영상 /정진국(미술평론가) N

No.1214080
  • 작성자 허미영
  • 등록일 : 2012.07.25 16:16
  • 조회수 : 800

사진기와 사진 영상
 
정 진 국 (미술평론가)
 
  
    사진 영상은 오랫동안 개인적 창의력의 결과라는 측면에서 다뤄져왔다. 공교롭게도 사진술 발명의 주도권이 과학자들이 아닌 예술가들에게 있었다는 점도 이런 입장을 뒷받침해왔다. 사진기와 그 사회적 사용이 사진 영상의 형태와 그 미학에 더 결정적인 토대를 이룬다는 입장에서 사진의 본질과 그 기능 그리고 특성을 이해하려는 최근의 경향이 있다
   주로 미술사가들과 다양한 인문학자들-언어학, 기호학, 정신분석학 등-에 의해 강조되고 있는 이러한 입장에서 사진 영상 그 자체의 이해를 위해서 그 작가는 물론 제작 과정과 영상으로 재현된 대상의 상호적 관계가 중시된다. 즉 사진 영상이 제작되는 구체적인 시공간적 현장을 되짚어 올라감으로써 사진 영상의 미적 특성을 밝혀보려는 입장이다.
   사진은 무엇보다도 영상을 재현하는 기계적 복제술이므로 과거의 수공적 영상 복제술과는 생산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여기 전시회에서 볼 수 있듯이 사진기는 붓처럼 거의 불변하는 도구가 아니라 쉴새없이 자기혁신을 거듭해온 도구이고 또 새로운 물리 화학적, 전자적 기술들을 수용하면서 변신을 거듭해온 살아있는 도구이다. 따라서 화가의 손과 눈의 능력에 그 솜씨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전통적 영상 제작방식과는 달리 기계의 기능과 
 
사진기와 사진 영상  그 잠재력이 그 표현을 크게 좌우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어떤 점에서는, 그 도구가 인간의 주체적 지위를 대신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코닥사에서 지난 세기 말에 내놓았던 선전 문구가 그 점을 웅변적으로 함축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여러분은 단추만 눌러 주세요, 나머지는 저희가 해드립니다.> 이렇듯 사진기는 붓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눈과 손까지도 대신하려는 경향 때문에 다른 표현 수단들과는 구별된다고 하겠다.
   사진기의 기술적 발전은 항상 새로운 미학을 낳았지만, 이렇게 짝을 이루는 발전이 언제나 미래지향적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유능한 사진가들 가운데는 진보적인 기술 대신 과거의 사진기를 사용하면서 낡은 기술을 전위적 미학에 결부시킨 적지 않은 사레들을 볼 수 있다. 현대적인 기술에 결부된 표현도구일수록 새로운 것에 대한 열광과 광증을 부추기고 또 그렇게 해서만이 새로운 미적 표현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이들이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사진기는 기술의 신화가 미적 신화와 언제나 동반적 관계에 있는 것만이 아니며, 그 기술이란 항상 사용자와 관객의 의식과 의지에 따라 미적인 차원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훌륭하게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신기술이 새로운 미학을 낳듯이, 낡은 기술 또한 새로운 미학을 낳을 수 있다는 특이한 역전 관계야말로 과거의 미술사와 사진의 역사를 구별해주는 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사진기의 기계적 메카니즘에서 작용하는 일정한 무의식의 차원은 그 제약을 오히려 영상의 세계에서 전대미문의 미적 영역을 확장하는 데에 활용한 사진가들이 있다. 그 구체적 보기들을 회화, 사진, 영화의 간략한 비교를 통해 확인하게 될 것이다. 발터 벤야민이 지적했듯이, "사진에서 언제나 결정적인 것은, 사진가와 그 기술의 관계" 라는 말을 상기해볼 때 사진기는 단지 시간적 기록의 도구 이상의 존재를 넘어서는 특이한 기술적 장치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