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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학살 N

No.612166
  • 작성자 조현철
  • 등록일 : 2012.02.06 16:30
  • 조회수 : 702
한국전 학살 유골 수백점 발굴

[세계일보 2005-08-31 18:00]



경북 경산시 평산동 폐 코발트 광산에서 한국전쟁 당시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유골 수백점이 발굴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곳은 정부의 관심 소홀로 그동안 체계적인 발굴이 이뤄지지 않아 아직까지 유골조차 찾지 못한 유가족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유골 발굴현장=유골이 발굴된 현장은 학살자 유족회와 영남대 발굴팀이 지난달 16일부터 대구 한의대 뒤 야산에 있는 폐 코발트 광산에 대한 2차 발굴작업을 하면서 A, B, C 등 3개 지역으로 나눈 곳 가운데 A지역으로, 피살자로 보이는 수십명의 유골이 발견됐다.

유골 더미는 지표면에서 1.5m를 파 들어간 지점에서 발견됐으며 반경 2∼3m에 불과한 좁은 지역에 수십개의 두개골과 대퇴부 뼈 등이 층을 이루고 쌓여 있어 당시 학살의 규모와 처참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 A지역에서 직선거리로 50m가량 떨어진 B지역에서는 훨씬 더 많은 수의 유골이 발견돼 이미 수습됐다고 발굴팀 관계자는 전했다. 현재 발굴 작업이 한창인 이곳은 2001년 3월 수백점의 유골이 처음으로 수습된 제2수평굴에서 300m가량 떨어져 있다.

피학살자 유족들이 2중 철제문을 설치, 관리하고 있는 제2수평굴은 높이 1.5m, 폭 2m, 연장 50m가량의 전형적인 갱도로 철제문 앞에는 피학살자들의 넋을 달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푸른색 리본이 곳곳에 달려 있다.

유족회는 제2수평굴과 연결된 수직굴(깊이 100m이상 추정)이 전국에서 끌고 온 양민에 대한 무차별적인 학살로 인해 시신으로 가득 차자 피해자들을 인적이 드물고 증거인멸이 비교적 쉬운 인근 A∼C지역 등 계곡 등으로 끌고가 살해한 것으로 추정했다.

◆대규모 학살 증거=발굴에 참여하고 있는 영남대 문화인류학과 노용석(37) 교수는 “A지역에서 서로 다른 피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유골이 반경 2∼3m 안팎의 좁은 지역에 겹쳐져 있는 것으로 미뤄 당시 학살이 대규모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발굴에서는 학살의 증거가 될 수 있는 소총 탄두와 탄피뿐 아니라 권총용 탄환의 탄두도 발견돼 당시 학살이 일정 계급이나 직위 이상의 정부 관계자 등의 통제 하에 체계적으로 이뤄졌음을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 교수는 “과거 기록이나 당시 목격자의 증언, 1·2차 발굴된 유골 규모, 미발굴 지역 등을 감안할 때 유족들의 주장대로 3500명 이상의 양민이 학살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이 같은 피해 실태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한국전 당시 미군의 양민학살로 국제적인 문제가 됐던 충북 영동의 ‘노근리’ 사건보다 파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유족회는 발굴작업 동안 수습한 유골을 임시 보관한 뒤 현장 주변의 골프장 조성 공사 과정에서 수습되는 유골과 함께 위령탑에 안치할 계획이다.

유족회는 이번 발굴 동안 악천후가 이어졌고, 암매장된 유골의 수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아 발굴 기간을 오는 9월까지 연장해 줄 것을 경산시에 요청했다.

◆정부 기록에 나타난 실종자=1950년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과 경찰은 경산과 청도 등 전국의 좌익인사들을 경산에 있는 폐 코발트 광산으로 끌고와 학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사망했지만 당시 현장 주변에 살았던 한 노인은 50년 7월 초∼8월 말 군용트럭이 밤낮없이 사람들을 싣고 와 학살한 뒤 되돌아갔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1960년 제4대 국회가 펴낸 ‘양민 피살자 신고서’ 중 경산, 청도군 부분 보고서는 경산의 경우 실종자가 356명(남자 341명, 여자 15명), 청도 지역은 400여명에 달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경산유족회’ 이태준(68) 공동대표는 “경산 양민학살 사건은 한국전 당시 최대 규모의 양민 학살일 수도 있어 유족회뿐만 아니라 앞으로 정부차원의 진실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전주식 기자

jsch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