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2차 이용 후기 공모전 장려상4 작품 '개인상담' N
No.1514408학생상담센터 이용후기
2020학년도 2차 이용 후기 공모전 장려상 작품
(학과 이름 등 개인정보를 제외함)
스무 살이 되어 대학교를 입학하고 나서부터는 여러 방면으로 달라진 환경 탓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성격이 많이 소심했기 때문에 쉽사리 남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였고 학기 초반에 열리는 대부분의 행사도 참여하지 못하여 이미 친해진 동기들 무리에 속하기는 쉽지 않았다. 물론 그 집단에 끼어들려고 애써 노력하기도 싫었다. ‘내가 왜? 굳이? 알아서 친해지겠지~’라는 생각을 가진 채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친구들 SNS에 올라오는 풋풋하고 왁자지껄한 새내기의 모습과는 달리 나는 혼자가 되어버렸다.
아마 그 시점부터 나를 갉아먹는 무언가가 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것 같다. 물론 복학 이후에 먼저 손을 내밀어 준 정말 고마운 친구들 덕분에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철저히 혼자였던 신입생 때의 기억이 너무나 큰 탓인지 내가 혼자였던 이유를 곱씹어 보며 항상 나를 비난하고 미워했다. 남들이 아무렇지 않게 무리에 잘 어울려 생활하는 모습을 보며 ‘남들’과 내가 다른 것이 어떤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봤고 거기서 시작된 의문은 끊임없이 남과 나를 비교하는 습관을 가지게 만들었다.
항상 남들에 비해서 부족한 점만 강조하여 나 자신을 채찍질하였고, 상태는 점점 심각해져서 ‘남들이 나를 바라볼 때 단점만 가득하기 때문에 분명 좋지 않게 볼 것이다’라며 단정을 지어버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마침내 자존감이 바닥을 친 나는 항상 남을 대할 때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나를 ‘을’의 위치로 옮겨놓았고, 그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사귀거나 혹은 어쩔 수 없이 모르는 누군가와 대면해야 하는 것이 무서웠다.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그칠 줄을 몰랐고, 올해 여름방학쯤에 취업에 대한 걱정과 앞으로 마주할 대인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겹쳐서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심지어 자려고 누워있으면 계속해서 스스로에 대한 안 좋은 생각과 불안한 감정들이 나를 압박했고, 그 때문에 제대로 호흡할 수가 없어서 해가 뜰 무렵, 진정이 되고 나서야 잠들었다.
정말 어떻게 해서라도 이런 끔찍한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이렇게 심했던 적이 없었기에 더욱 불안했다. 계속해서 몸도, 마음도 망가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고 판단하였고 결국 가장 가까이서 해결할 방법을 찾던 도중에 학생상담센터의 문을 열게 되었다.
상담은 1주일에 한 번, 약 1시간씩 진행되었고 사전에 조율한 날짜와 시간에 맞춰 상담센터로 향했다.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고 그곳을 향하고 있는 내 모습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길 빌었다. 나만 이렇게 힘든 것 같아서, 혹은 다들 힘들지만 나만 못 견디는 것 같아서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나 자신을 위한 다른 선택의 길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묵묵히 센터로 향했다.
첫날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간단하게 나의 신상정보와 센터를 방문하게 된 이유 등에 대해 적었으며 심리상태 검사를 했던 것 같고, 그다음 상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초반에는 내가 이런 상담을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스스로에게 원망스러웠고, 내가 괜찮아지려면 우선 솔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팠던 과거를 끄집어내야 했기 때문에 더없이 고통스러웠다. 정말 있는 그대로 내가 겪었던 일들,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 이유, 그때 느꼈던 감정에 대해 다 털어놨다.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도 얘기하지 못했던 나의 아픔을 처음 뵙는 상담사분에게 모두 내뱉었을 때 기분이 이상했다. 오히려 잘 알고 지낸 주변인들에게는 그게 또 하나의 약점이 될 것 같았기에 말하지 못했지만, 이상하게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는 조금 용감해진 느낌이 들었다. 진정으로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생겼다는 것에 많은 위로가 되었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학생상담센터를 향해 무더운 여름날 발걸음을 옮겨 준 나 자신에게도 너무나 고맙다.
그렇게 점점 회차를 거듭하는 과정 속에서 어느 순간 나는 상담사 분과 나의 장점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기도 했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 차분한 마음을 가지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남’보다는 내가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고 그 뒤부터는 나를 보호하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다.
비록 이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일지라도 그 속에서 ‘을’의 위치였던 나는 누군가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거나, 상처를 받으면 괜히 나 때문에 그 누군가가 기분 나빠할 것을 먼저 생각하여 감정을 숨겨 혼자 아파했다. 하지만 더는 그러지 않았다. 내가 망가지면 나를 보호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부모님께, 그리고 친한 친구들에게 털어놨다. 무조건 약점이 될 것 같다는 생각과는 달리 ‘이제라도 말해줘서 정말 고맙고, 앞으로는 쌓아놓지 말고 언제든지 말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감격스러웠다.
이렇게 한 단계씩 나를 위해 발전해 나아갔으며 앞으로의 나를 위해서 조금 더 노력하기 시작했다. 내 상태를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렇게 해서 나 자신을 객관화 시키는 것, 마지막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상담을 통해 배우게 되었고 실천하려 노력했다. 나는 그저 미칠 듯이 힘들었던 과거에 대한 고통 속에서 벗어나려고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이 내가 괜찮아지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는 힘든 상황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아.. 내가 지금 힘든 상태구나...’라며 나 자신을 객관화 시키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내가 겪고 있었던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상담 과정에 있어서 상담사 분과 함께 나의 장점을 찾는 연습을 한 것이다. 나의 성장 과정, 겪어왔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나도 장점을 많이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끔 해주셨다. 항상 남과 나를 비교하며 나를 깎아내리기 바빴는데 이제는 내 지난 삶을 돌아보며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나를 이렇게까지 힘들게 했던 것의 근본적인 원인은 소심한 성격이라고 생각해 왔었고, 나는 평생을 이런 나의 성격에 대해 잘못되었으며, 고치고 싶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 이제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장점들을 보며 기뻐하며, 단점들을 보완해서 나아가는 것이 나에게도, 그리고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다는 것을 느꼈다. 마침내 상담이 끝나고 나서는 그 기간 동안 많은 것을 얻어서 기뻤고, 현재까지도 나는 상담을 계기로 ‘남’이 아닌 ‘나’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학생상담센터를 방문했다고 하여 무조건 매 상담마다 내 부정적인 감정이 갑자기 100%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은 아니다. 내가 느꼈던 상담이란, 상담자와 내담자가 모두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결국 내담자 스스로가 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간도 필요하고 센터를 방문한 내담자 스스로의 의지도 매우 중요하다고 느꼈다.
상담센터는 내가 힘들다고 해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약을 처방하는 병원도 아니고, 그 문제를 위한 정해진 공식을 풀어주는 학원도 아니다. 상담센터를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들은 나도 그랬듯이 각자의 사연이 있고, 각자의 아픔이 있을 것이다. 또한 그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도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해진 공식도, 그것을 해결할 답도 정해져 있지 않다. 그 때문에 내담자 스스로가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하며, 그렇게 마음을 열고서 꾸준하게 자신을 위해 상담에 임한다면 어느새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나 상담센터 방문을 고민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각자의 성향에 따라 혹은 경험에 따라서 똑같은 문제나 위기가 생겼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정도는 다 다를 수 있는 것이다. 남들이 ‘고작 이거 가지고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말하지 못할 뿐, 심각할 정도로 힘든 경우도 있으니, 작고 사소한 것에 큰 상처를 받는 것 또한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이다.
그러니까 주저하지 말고 만약에 그런 사소하고도 큰 문제에 있어서 힘들고 지친다면, 또한 더 나아질 나를 위해 진정으로 마음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면 학생상담센터의 문을 열어 잠시 쉬어갔으면 좋겠다. 그곳은 생각보다 편안하고, 안락하고, 따뜻한 곳이기에 상처받아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어쩌면 가장 필요했던 휴게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