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상담센터이용후기 공모전 우수상1 작품 '마음건강증진 집단상담' N
No.1843405학생상담센터 이용후기
2021학년도 이용후기 공모전 우수상 작품
(학과 이름 등 개인정보를 제외함)
<Self, 안될 때는 Help>
•두렵지만 첫걸음을 떼다
사실 정말 힘들었습니다. 혹시 일본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딱 마츠코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2년 동안의 수험생활 끝에 있었던 아무것도 이룬 것 없는 복학, 공부를 핑계 삼아 멀어졌던 인간관계, 그 모든 것들은 저의 선택이었고,제 책임이었고 매일 자신을 잔인하게 비난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망한 인생’의 정석이 있다면 ‘나’겠지 하는 생각들로 무기력한 일상을 보냈습니다. 그런 저에게 있어서 앞서 소개해 드렸던 영화는 참 마음에 와닿았고, 어느새 저는 미츠코처럼 자신의 인생 더 나아가 존재자체까지 포기하려던 상황이었습니다.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없었습니다. 심리학적 용어로는 ‘회복탄력성’이라고 하나요? 복학을 하는 것도 너무 무서웠고, 대면수업으로 전환한다는 소식이 들릴 때부터 매일을 걱정하며 지냈습니다. ‘대면수업 들어가면 어쩌지?’,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할까?’ 이런 생각들로 자신을 채워갔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인생을 저울이라고 한다면 고통, 우울 같은 감정과 행복, 기쁨 같은 감정이 존재할 때,. 부정적인 것들이 더 무거운 상황에서 이 인생을 계속 살아나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정말 그랬습니다. 누군가는 나약할 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작은 힘조차 살릴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매일 죽고 싶다는 마음으로 죽을 방법을 구체적으로 생각했고, 더 나아질 생각조차 포기하고 그때 마주한 제자신은 세상에서 제가 가장 혐오하는 존재가 되어있었습니다.
‘더는 안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오랜시간 속으로 곪았던 것 같습니다. 복숭아 같은 과일도 조금만 흠이 나면 금세 곰팡이가 피고, 무르고 터져서 썩고 악취가 나는데, 제 마음상태도 단단히 곪아서 어떻게든 모양새를 갖춰 보려고 해도 혼자서는 쉽지 않았습니다. 혼자 해결하려고 하면 부정적인 감정들에 휩싸였기 때문입니다. 몇 번을 생각하고 고민했지만 선뜻 쉽게 발걸음이 닿지 않았던 정신과에 가서 당장 약이라도 처방받고 싶다 생각했고, 집주변 정신과에 초진문의 전화를 돌리던 참이었습니다.
그 즈음에 학교상담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 개인상담관련 문의글을 남기려 했었는데, 막상 그 상담조차도 누군가와 마주하고, 이야기를 하는 게 두려워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그만 두었지요. 예전에 학교상담센터를 다녀본 친구가 있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물어봤습니다.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얘기해줘서 집단상담을 신청했었습니다. 사람과 일대일로 마주 하는 것은 너무 무서워서 여럿이서 하면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11월 5일. 대면수업으로 전환된 그 주에 처음 시작한 1차시 집단 상담.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웃기긴 한데, 집단상담을 시작하는 날 며칠 전부터 긴장되고 무서웠습니다. ‘여러명의 사람들을 마주하고 나의 이야기를 한다?’ 생각만해도 싫었습니다. 신청 당시에는 개인상담보다는 집단상담이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무슨 생각으로 집단상담을 신청했는지, 취소하려고 해도 이미 기간은 지났고 말이죠.
‘49:51’의 마음으로 그래도 가보자 생각했지만, 막상 상담센터가 있는 2층에 도착하니 그 긴장이 극에 달해서 심장이 뛰었습니다. 그 앞을 맴돌다 상담시간인 오후 2시에 다시 밖으로 나와 편의점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언니에게 ‘언니 나 안될 것 같아. 사람들을 마주하는 게 아직은 너무 무섭다’ 이런 문자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상담센터에서 오기로 했던 참여자가 오지 않으니 연락을 주셨고, 정말 그때 그 전화를 보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일단 오늘만 가보고 안되겠다 싶으면 다음부터 나가지 말자’ 마음먹고 먹던 점심을 헐레벌떡 처리하고 달려갔습니다.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너무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라 당황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적당이 따뜻한 온도, 차분한 느낌이 ‘어?’ 이런 느낌이었어요. 20분 정도 늦었지만 상담사 선생님께서 천천히 활동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낯선 환경을 부드럽게 만들어주셨습니다.
•일단 걸어가보다
그렇게 시작된 집단상담. 상담 동안 테라리움 가꾸기, 향초 만들기 등 많은 활동을 진행했는데, 그중 인상 싶었던 두 가지 활동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총 3주간 진행했던 상담 중 1차시에서 ‘마음의 안전지대’를 생각하고 직접 그려보고 상담원들과 자신이 표현한 그림에 관해 이야기해보는 활동이었습니다. 마음을 이완하고, 차분하게 머릿속으로 내가 가장 편안한 공간을 그리는 게 쉽지 않잖아요? 누군가 알려주지 않으면 쉽게 생각해볼 수 없는 것이니까요! 내가 어떤 상황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지, 그곳에는 어떤 요소들이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참 모순적이기는 한데, 자신을 돌아보고 가꾸는 것이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정인 건 알지만 여러 가지 일들로 매일을 채우는 현실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활동을 하면서 ‘아, 나는 자연에서 편안함을 느끼는구나, 동물과 함께 있으면 좋은 에너지를 얻구나’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상담사 선생님께서 상담원들이 눈을 감은 상태에서 생각에 집중할 수 있게, 음성으로 머리에 있는 것들을 구체화 할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해주십니다. 단순하게 ‘나는 이런저런 것들이 좋아’라는 생각에서 ‘나는 이것에는 이런 점을 좋아하는 구나, 그래서 안전지대를 이렇게 만들었구나’ 이런 식으로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구체적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활동이 정말 한끗차이 인데도 훨씬 더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아직도 그때 그린 그림을 가끔 꺼내보고, 안전지대를 상상하는데 그 순간만큼은 경직된 마음이 풀리고는 합니다.
드넓은 바다와 숲, 그리고 고양이가 함께하는 안전 지대(집단 상담 1차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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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두 번째 활동은 상담 2차시에 진행했던 ‘분노 드러내기’ 였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긍정, 행복에 집중합니다. 물론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사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저는 그 ‘행복’이라는 단어를 싫어합니다. 도대체 그게 무엇인지 감도 안 오고, 그 ‘행복해야 한다’ 라는 압박감 같은 것이 오히려 현재 상태를 더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 같아 그 단어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언제나 기쁠 수 없고, 행복할 수 없는 존재잖아요? 여기서 이야기 드리고 싶은 것은 부정적인 감정도 자신의 일부이고, 나를 이루는 성분이라는 것입니다. ‘분노 드러내기’는 진흙을 마구 주무르고 만지면서 속에 있던 감정을 표출하고 그 진흙으로 분노의 표현을 형상화해보는 작업이었는데, 일단 ‘부정적인 감정에도 신경을 써준다?’ 진행했던 활동 중에 가장 의아한 활동이었습니다. 심리 상담이라면 좋은 것, 긍정적인 요소들만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활동 자체도 활동이지만, 이것이 주는 교훈은 아마 여러 가지 감정 요소들을 마주하고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단순하게는 긍정적, 부정적인 감정들 더 나아가서는 분노, 긴장, 즐거움, 편안함 등 자신을 이루고 있는 여러 요소들을 들여다 보고 살필 필요가 있고, 그럴 가치가 있다는 것이지요. 부정적인 기분이 들 때는 ‘왜 나는 이렇게 부정적이지?’ 라는 생각으로 그런 감정들을 묻어두고, 덮어두기 바빴는데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더 이상 부정적인 감정들에 자신을 부정적 감정의 매립지로 만들어 버리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당장 눈 앞에 마주하는 쓰레기를 피하기 위해 묻고 또 묻어 두기만 한다면 결국 그 땅 전체는 쓸 수 없는 땅이 되어버리듯이, 결국 우리도 그런 감정들을 피하고 내버려 둔다면 자아라는 전체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거예요. 자신을 이루는 모든 감정은 존중 받을 수 있는 가치가 있습니다.
•그래도 계속 걸어가 보다
집단 상담이 진행된 3주는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지만, 저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두려웠던 1차시는 기대되는 2차시, 설레는 3차시가 되었고, 브레이크 없이 휘몰아 치던 감정들이 잠깐 신호등을 보고 멈출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신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작은 변화는 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변화도 저에게는 큰 의미였습니다.
집단 상담을 시작했던 과정을 길게 쓰게 되었는데, 혹여 이 글을 읽는 상담을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저런 사람도 상담을 했네, 그리 심리 상담이라는 게 장벽이 높은 건 아닌가보네’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4학년 막 학기가 되어서 상담 센터를 접했지만, 더 일찍이 문을 두드렸다면 그렇게 오래 방황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집단 상담을 진행하면서 그때의 상황이 걷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과정이 어찌 됐든 일단 걸음을 떼니 그래도 생각보다는 걸을 만 했고 그래도 걷다 보니 나름 겨울바람을 뚫고 오는 따스한 햇살, 비슷해 보이지만 매일 다른 모습인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상의 즐거움을 소중히 여기는 세젤귀 파송송님, 깨알유머로 상담을 즐겁게 만들어 주신 낄훈님, 멋진 사람 그체로 빛나던 아름님, 불완전한 존재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 엘리스님, 맑은 웃음으로 이야기를 들어 시주던 여명님, 상담원들을 위해 진심으로 활동을 계획해주신 서상아 선생님. 정말 운이 좋게 마음씨 따뜻한 상담원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했고, 정말 따뜻한 시간을 준비해주신 상담사 선생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저조차도 ‘감사하다 ’라는 말이 너무 뻔한 말이라 생각하지만 이것보다 더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겠네요. 언제나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예전에 허지웅 작가의 에세이<살고 싶다는 농담>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언제나 혼자 해결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던 작가가 암 투병 중에 쓴 책인데 그 책 안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여러분 셀프(self)가 안될 때는 헬프(help)하세요’ 상담하면서 제가 느낀 모든 걸 말해주는 말이라 생각해 제목으로 꼭 쓰고 싶었습니다.
저는 예전도 그랬고, 아직도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은 모르겠습니다. 나이를 더 먹으면 알게 될까요? 아마 지금부터 그 시작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어떤 자신이라도 마주하고, 보듬고, 다독여 줘야 할 자신입니다. 모든 분들이 자신을 알아가는 방법을 일찍 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루를 더 빨리 하면 내일이 즐거울 수 있고, 한 달을 빨리 하면 1년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요. 혹시 상담을 망설이는 학생이 있다면 꼭 얘기해주고 싶네요. ‘셀프, 안될 때는 헬프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