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상담센터이용후기 공모전 최우수상1 작품 '개인상담' N
No.1843410학생상담센터 이용후기
2021학년도 이용후기 공모전 최우수상 작품
(학과 이름 등 개인정보를 제외함)
1년 넘게 만났던 남자친구가 과거에 낙태와 성매매를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은 서로 이때까지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솔직하게 말하자고 약속했던 날이어서 마음의 준비는 어느 정도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짐작도 못했었습니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심장이 고장 난 것처럼 벌렁거릴 정도로 하루하루가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어떻게든 그 관계를 이어나가 보려고 남자친구의 과거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꿈에서도 고통스러운 감정들이 따라왔고 꿈에서 깼을 때 오히려 그 고통이 현실이라는 게 너무 통탄하고 믿기지가 않아서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부분은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밖의 일이라 생각이 되어, 결국은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별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충격은 이별 후, 저에 대한 자책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나는 왜 그런 사람을 만났을까?’, ‘내가 보는 눈이 그렇게 없었던가?’, ‘사람들은 다 유유상종 이라는데 나도 비슷한 사람이여서 이런 사람을 만난 걸까?’ 등등 수많은 비난의 말들이 제 머릿속을 떠돌아다녔습니다. 일상이 무력하게 느껴지고, 남자친구에 대한 배신감과 고통스러움 때문에 삶에 대한 소망이 끊기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전 여러 번의 연애에서도 힘들었던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 사람을 어떻게 만나야 하나 두려움만 커져 갔습니다.
하루는 이별 관련된 영상을 보는 중, 그 영상 속 주인공이 이별 후에 반드시 심리 상담을 받아보라고 하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마음 한 켠에 숙제처럼 있었던 “심리 상담”. 언젠가 꼭 한번은 상담을 통해서 저의 상처와 어렸을 적 트라우마, 연애를 하면서 겪었던 힘들었던 부분들을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영상 속 주인공이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말을 듣고선 약간의 용기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서 상담 예약을 잡고 처음으로 상담 센터에 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상담 예약을 잡은 후에, 괜히 신청한 게 아닐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막상 가서 내 이야기를 하게 되면 더 마음이 힘들어지진 않을까?’, ‘아무한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내용인데 소문나게 되면 어떡하지?’ 등의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첫날 상담사 선생님께서는 비밀 보장에 대해서 철저하다고 말씀해주셨고, 차분하게 제 이야기를 어떠한 편견도 없이 있는 그대로 들어주었습니다. 첫째 날 진행했던 검사 결과에서 우울함의 정도가 매우 높게 나와서, 상담사 선생님과 각서를 쓰게 되었습니다. 각서의 내용 중에는 “나는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고 잘 먹을 것을 서약 합니다.”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집에 와서 이 문장을 다시 보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아무것도 아닌 나를 위해서 이런 약속을 해 달라는 것이 너무나 큰 위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 문장이 내내 머릿속에 맴돌며, 끼니를 거르려 하다가도 조금 더 힘을 내서 밥을 챙겨 먹고, 밤늦게 잠들려 하다가도 약속을 지키려고 일찍 잠에 들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인 상담을 받으면서 저의 지난 과거들에 대해 짚어보았고, 연애 관계 속에서의 저의 불안에 대해서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여러 차례 연애를 하면서 제 기분이 조금이라고 나쁘거나 불안해지면 모든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 하려고 했었다는 것을 상담을 하면서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늘 알고 있었던 부분이지만 막연한 마음이 들어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랐던 부분이었습니다. 상담사 선생님께서는 제가 겪었던 상황에 대해서 제가 유일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상황도 그에 따른 저의 감정이나 행동도 아닌, 그 상황에 대한 저의 생각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래서 같은 상황에서도 제가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불안한 감정이나 집착하는 감정이 바뀔 수 있다는 부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런 지식이 기반이 된 이후, 과거의 사건들을 정리해나가면서 제가 그 당시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 지에 대해서 인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연애를 하게 되면 상대방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져서 상대방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곤 했습니다. 상담을 여러 차례 진행하면서 저는 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늘 상대방이 제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마다 심한 감정 변화를 겪고 실망을 했던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상담을 하면서 눈을 감고 상처 받은 어렸을 때의 저와 마주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어렸을 적 어머니께 차별 받고 구박 받았던 어린 저의 모습이 눈앞에 있었습니다. 눈앞의 어린 저는 어머니에게 따뜻한 사랑을 받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마음 속에만 담아두고 있었습니다. 그 어린아이를 지금 성인이 된 제가 안아주며, “이제는 내가 사랑해줄게. 이때까지 너무 힘들었지.”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제가 어머니에게 평생 토록 듣고 싶었던 말을 제 입으로 말하고 직접 제 귀로 듣게 되면서 눈물이 하염 없이 흘렀습니다. 상담사 선생님께서는 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고 온전히 이해해줄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저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시고 느끼게 해주셨습니다.
연애 고민으로 시작된 상담이 몇 차례 진행되면서, 점점 더 깊이 있는 상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제 내면 깊이 있는 어렸을 적 상처와 트라우마와 마주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연애 관련 상담을 진행할 때에는 한 회차 씩 지나갈 때마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정말 편안해지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어렸을 적 상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면서는, 오히려 그 시간들이 고통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어렸을 적 음식이 담긴 접시 채로 제 머리에 던지신 어머니의 모습, 숙제를 하지 않았다고 뺨을 때렸던 어머니의 모습, 늦게 들어왔다고 슬리퍼로 제 머리를 때리시던 어머니의 모습 등. 저 깊이 수면 아래에 있던 분노와 증오의 감정들이 다시 올라와 저를 너무 괴롭게 했습니다. ‘대체 내가 왜 어머니를 이해해야 하는 거지?’, ‘내가 누구 때문에 지금 이렇게 상담까지 받고 있는데’ 등 어머니에 대한 원망 어린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현재는 저와 잘 지내고 있는 어머니이셨기에 애증의 상반된 두 가지 감정이 들어서 너무 혼란스러웠습니다. 오히려 상담을 진행하면서 어머니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더 커질까 봐 두려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상담사 선생님께서 그 감정들에 대해서 차분하게 짚어주시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상담 때마다 선생님께서 주신 작은 미션을 한 주 한 주 실천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달라진 저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과거 저는 늘 어머니의 눈치를 보며, 어머니가 저를 비난하는 말을 하셔도 늘 듣고만 있다가 방에 와서 울며 분노하는 마음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상담을 진행하게 되면서, 어머니께서 저에게 비난의 말을 하셨을 때, 그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하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말씀드리고 앞으로 하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를 하는 저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가정에서는 이런 행동이 너무나 쉬운 일 일수도 있지만, 한 평생을 어머니께 무시 당하면서도 아무 말 못하고 살아온 저로써는 정말 놀라운 변화였습니다. 어머니는 제 예상과는 달리 저의 말을 듣고 적잖이 당황하시며 오히려 미안하다는 말씀을 건네셨습니다.
저는 어머니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었기에 친구들에게도 싫은 소리를 못하는 성격이었습니다. 이것이 저의 인간관계를 무탈하게 만들어 준걸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이 제 마음속에 친구에 대한 불만도 쌓이게 만들었습니다. 상담을 진행하는 기간 가운데, 하루는 친구가 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였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웃고 넘기거나 친구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상담을 진행하면서 제가 제일 먼저 존중해야 할 사람은 저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그 순간 바로 친구에게 그 말을 들은 제 기분이 어떤 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늘 이해해주고 웃고 넘기기만 했던 이미지였어서 그런진 몰라도 제 말을 들은 친구가 당황했었지만, 사과를 하고 그 이후 서로에게 쌓인 오해를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서로를 더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상담을 하면서, 제가 상담사 선생님께 요즘 너무 행복하고 마음이 편안하다는 말씀을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상담을 한 회 한 회 거듭할수록 저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상담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저의 바뀐 모습을 여러 차례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늘 타인의 시선, 어머니의 평가를 신경 쓰고 살았던 저였는데, 지금 돌아보니 왜 그렇게 까지 지나치게 신경 쓰며 힘들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한평생 제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관계에서 어려움이 찾아오면 저의 삶이 무너진 것처럼 한없이 흔들렸고, 타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노심초사하며 살았습니다. 어떻게든 인정받으려고 아등바등 살았던 저를 이제야 놓아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상담을 통해서 제가 저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아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지 않았고, 제 스스로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나 자신이 우선 되면, 나 자신을 사랑하면 이렇게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이구나. 내가 나를 예뻐하면 이렇게 행복하구나.’ 정말 요즘 뼈저리게 행복함을 느끼며 지내고 있습니다.
마지막 상담 때 상담사 선생님께서, 제가 첫날 때 했던 말들을 읊어주셨던 게 기억이 납니다. 수 많은 부정적인 말들을 뱉었던 불과 몇 달 전의 말들이 지금의 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했던 말처럼 느껴졌었습니다. 그때의 제가 만약 상담을 신청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아직도 그날의 제가 고맙게 느껴집니다. 저는 앞으로 더 행복하게 살고 싶어졌습니다. 이때까지 나를 위해 하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을 앞으로는 나를 위해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더 이상 과거의 상처에 허우적 대며 힘들어하고 싶지도, 하루하루 타인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노심초사하고 싶지도 않아졌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마음 편하게 지내본 적이 있을까 싶은 요즘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과거의 저와 같은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신다면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을 위해 딱 한번 용기 내면, 당신을 위해 진심으로 응원하고 도와줄 분들이 얼마든지 계신다는 것을요. 그리고 당신이 그 과정을 지나오면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톱이 자라나듯 이미 당신은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라는 것을요.
끝으로 이 자리를 빌어 저를 이끌어주신 상담사 선생님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